[SS포토] 축사하는 김영기 KBL 총재
[스포츠서울] 프로농구연맹(KBL) 김영기 총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 전창진 감독이 사실상 새 시즌 사령탑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됐다.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29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사죄를 드린다. KBL 관련 규약을 토대로 전창진 감독의 감독 자격 상실과 관련해 재정위원회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총재는 “앞으로 경기 막판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등 최선의 승부를 펼치지 않을 경우 문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전창진 감독, 사실상 제적조치

김 총재는 전 감독을 재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전 감독의 감독직 상실에 해당할 만한 관련 규약을 설명해, 전 감독의 농구계 퇴출을 기정 사실화했다. 전 감독이 재정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규약 기준은 총 3가지다. 규약 105조(감독 및 코치가 지도자로서 중대한 흠결이 있을 경우 재정위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그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와 규약 17조(구단은 공식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해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한다), 규약 70조(감독은 모든 경기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김 총재는 “전 감독이 수사선상에 오른 5경기에서 과연 최강의 선수를 기용했느냐 따지겠다. 최선의 노력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느냐 분석했다”고 말했다.

KBL은 수사 경과에 상관없이 해당 규약만을 가지고 전 감독의 자격 심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전 감독이 무혐의를 받을 경우 문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는 없다. 재판 결과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KBL은 전 감독을 계속 안고 갈 수 없다는 내부 판단과 시간적인 문제, 또 전 감독이 무혐의를 받을 시 책임 소재 등의 이유를 바탕으로 전 감독을 제적시킬 수 있는 규약을 찾아 표적 심사를 벌이게 됐다. 김 총재는 “전 감독이 기소가 되든, 무혐의를 받든 그 결과와 (이번 조치는)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KBL의 엄벌주의, 최선의 경기 안 하면 감독직 박탈?

KBL의 조치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현재 많은 팀들은 승부가 기울어진 4쿼터 후반,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후보 선수를 기용한다. 전 감독을 제적시키기 위한 관련 규정(최강의 선수 기용, 성실 의무)에 반하는 행동이다. 지난 시즌 대다수 팀들은 이러한 팀 운용을 했지만 전 감독처럼 재정위원회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김 총재는 “다른 팀들은 (규약을 어길만한 행동을)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BL이 관련 규정으로 전 감독을 제적시킬 경우 향후 농구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 총재는 “앞으로 4쿼터 막판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행태를 간과하지 않겠다.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을 때 엄벌에 처하겠다. 선진 농구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KBL의 무리한 규정 적용은 감독의 권한과 구단의 자율성도 침해할 수 있다. 감독이 최강의 선수를 기용하지 않거나 성실하게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관련 규약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매경기 베스트멤버로 경기 끝까지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KBL은 경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전 감독을 제적시키기 위해 무리한 규약을 적용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승부조작, 선수들도 포함됐다?

현재 경찰은 전 감독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선수들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KBL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 총재는 “선수들에 대한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겠다. 가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선수들의 승부 조작 혐의가 드러날 경우 프로농구에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농구는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으로 실형을 받았지만 선수들은 연루된 적이 없었다.

KBL은 이에 대해 “윤리 강령 제정을 시행하겠고, 팬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하겠다. 불법 행위 발생 시 소속 구단이 공동으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연대 책임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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