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list-a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인 샤오미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 오픈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해외진출 길이 사실상 막혀있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미국과 유럽 등에 출시하게 되면 지적재산권 소송으로 판매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샤오미 스마트폰 Mi 4.  제공 | 샤오미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당분간 샤오미의 해외시장 진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Xioami)가 자사 스마트폰 운영체제<미유아이(MiUI>의 오픈 소스를 공개하지 않아 해외진출 길이 사실상 봉쇄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IT업계에 따르면 샤오미가 미유아이를 기반으로한 새 스마트폰을 발표하면서 반복적으로 GPLv2(General Public Lisence version 2)라이선스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애플을 표방하는 샤오미가 자랑하는 미유아이는 애플 iOS처럼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아니다. 리눅스 커널(Kernel)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커널은 컴퓨터 운영체계의 가장 핵심으로 두뇌 역할을 맡고 있다. 미유아이는 이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한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GPLv2 라이선스를 적용받아 오픈 소스를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리눅스를 사용하는 회사나 개인의 국제적인 룰이며 그것이 GPLv2 라이선스다.

공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자유법률센터(SFLC) 등의 지적재산권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샤오미 뿐 아니라 과거 여러 IT업체들이 GPLv2 라이선스를 위반한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도 2009년 LCD HDTV의 소스코드 공개 위반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미유아이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애플 iOS의 인터페이스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유아이는 26개국 언어 버전이 나와 있으며 이용자는 7000만명이 넘지만 정작 미국과 유럽이란 글로벌시장에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만약 샤오미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했다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해도 수정한 소스 코드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대신 특허료와 안드로이드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샤오미의 최대 강점인 가격과 자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 특별한 게 없는 저가폰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샤오미 미 노트 프로
샤오미 스마트폰 Mi 노트 프로.


샤오미 휴고 바라 부사장은 지난해 10월에 스마트폰 Mi3의 소스 코드를 몇 주 이내로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두 달 후인 12월에는 소스 코드를 2015년에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샤오미가 소스 코드 공개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만든 스마트폰의 제품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애플리케이션까지 공개해야 한다. 바라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소스 코드 공개를 연기하면서 “현재 상태 그대로 커널 소스를 공개하면 향후 모델들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사전에 노출하게 된다”며 “당사의 이러한 고충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샤오미가 오픈 소스를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샤오미의 주력 스마트폰들은 중국시장 밖을 나오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샤오미와 창업주 레이쥔에게 다음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자체 운영체제로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야심도 있다. 그러나 오픈 소스 미공개로 인해 해외시장 공략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안드로이드폰을 통한 우회전략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샤오미의 강점은 사라지고 만다. 중국 정부도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샤오미는 향후 자국시장내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오픈소스 지적재산 전문가인 블랙덕소프트웨어코리아 전상진 고문 변호사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국내업체와 중국업체들간에는 4~5년 정도의 갭이 존재한다”며 “최근 중국업체들도 이 갭을 줄이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지적재산권 관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8일 출시예정인 80달러 짜리 저가 스마트폰의 미래는?

샤오미 스마트폰은 리눅스 기반 오픈 소스 공개 라이선스를 위반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마트폰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다. 샤오미는 지난해 7월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6개월만에 100만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였다. 하지만 인도시장에서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미국과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지적재산권 소송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엔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슨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샤오미를 고소해 인도법원이 샤오미 제품 판매금지를 명령한 적도 있다.

30일 IT(정보기술) 전문 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샤오미는 4월 초 80달러(약 8만9000원)선의 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출시일이 4월 8일로 알려졌다. 샤오미가 지적재산권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의외다. 하지만 이 저가 스마트폰은 자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를 탑재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4.4.4 킷캣을 적용하고 있다. 단순한 안드로이드 저가폰인 셈이다.

샤오미 창업주인 레이쥔 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가 다수 등록되어 있어 특허 소송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샤오미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주력해온 IT업체다. 하드웨어 관련 각종 특허권이 촘촘히 설정되어 있어 샤오미가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샤오미가 정작 두려운 것은 하드웨어 관련 특허소송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진출을 늦추고 기술력 있는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자랑하는 자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에 있다. 그런데 이 미유아이는 애플 iOS처럼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아니다.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유아이는 반드시 공개되야 하는 게 국제적 룰이다. 이 룰이 바로 GPLv2다.

샤오미가 이 라이선스를 지키면 자신들의 운영체제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럴 경우 샤오미를 그대로 베낀 짝퉁 스마트폰 업체가 수없이 나타날 수 있다. 샤오미가 해외시장 진출을 미루면서도 오픈 소스 공개를 꺼리는 이유다.
강헌주기자 lemosu@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