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인천 설기현이 은퇴한다. 김도훈 기자


[스포츠서울]파란만장했던 선수 시절. 은퇴도 전격적이면서 놀라웠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 설기현(36·인천)이 현역 생활을 갑작스럽게 마무리하고 성균관대 감독대행으로 이동한다.

◇선수 등록까지 했는데…전격 은퇴 왜?

그의 소속팀 인천과 매니지먼트사 ‘지쎈’은 “설기현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 지휘봉을 잡는다. 성균관대 감독 직무대행으로 가게 된다”고 3일 함께 발표했다. 인천과 올시즌까지 계약 관계를 맺고 있었던 설기현은 최근 인천 구단의 중국 및 제주 훈련도 성실히 수행했고, 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까지 했다. 그래서 그의 은퇴는 깜짝 발표였다. 류택형 지쎈 이사는 “성균관대에서 먼저 제의가 왔고, 이에 설기현이 숙고 끝에 동의했다”고 그 배경을 전했다. 지난 달 초 감독 채용공고를 냈던 성균관대는 설기현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하고 새출발하게 됐다. 다만 설기현이 현재 대한축구협회 2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어 당분간 공식 경기 벤치엔 앉을 수 없다. 설기현을 올해 안으로 대학 감독에 필요한 1급을 취득할 예정이다. 그는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

◇벨기에~잉글랜드 2부~사우디~K리그 시민구단 ‘파란만장’

설기현 축구 인생은 ‘개척자’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다이나믹했다. 광운대 재학 중이던 2000년 가을 대한축구협회 해외진출 프로젝트 1호로 벨기에 1부 로열 앤트워프에 진출한 그는 2000~2001시즌 25경기 10골을 기록하고 이듬 해 같은 리그 명문 안더레흐트(벨기에.2001~2004년)로 옮겼다. 2001년 9월엔 한국인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기도 했다. 2004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울버햄프턴(2004~2006년)을 통해 ‘축구종가’ 잉글랜드 프로축구를 가장 먼저 밟은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직후엔 프리미어리그 레딩으로 이적, 1년간 32경기 4골을 터트렸다. 2006년엔 한 때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 11위까지 올랐다. 같은 프리미어리그 풀럼(2007~2008년)을 거쳐 2009년 초엔 한국인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1부리그 진출을 이뤄냈다. 2010년 포항을 통해 한국에 온 그는 2011년 울산을 거쳐 2012년부터 3년간 시민구단 인천에서 뛰었다. 대표팀에 남긴 발자취도 컸다. A매치 83경기에서 19골을 넣었으며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동점포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2002 멤버’ 5명 남았다…은퇴한 이들 지금은?

설기현이 은퇴하면서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 중 현역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선수는 5명으로 줄었다. 김병지(전남) 김남일(고베) 현영민(전남) 차두리(서울) 이천수(인천)가 그들이다. 그 중 차두리는 올시즌 직후 현역 은퇴를 천명했고, 김병지도 자신이 꿈꾸는 프로 700경기를 올해 이룰 경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어 올시즌이 끝나면 그라운드를 떠나는 ‘2002 멤버’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18명 중엔 13명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황선홍(포항) 최용수(서울) 윤정환(울산) 등 3명이 K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이운재는 올림픽대표팀 코치, 최진철은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최은성(전북) 이민성(올산) 김태영(전남) 최성용(수원) 최태욱(이랜드) 등 5명은 프로 구단 코치로 일하는 중이다. 유상철(울산대 감독) 이을용(청주대 코치)이 대학 지도자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설기현(성균관대 감독)도 가세하게 됐다. 이영표(KBS) 안정환 송종국(이상 MBC)은 해설위원을 활동 중이며, 지난 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홍명보 감독은 휴식 중이다. 마지막 한 명은 지난 해 5월 은퇴, 국내 공식 직함 없이 제 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박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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