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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스’ 정한 대표는 패밀리 레스토랑 개념에 영국식 펍을 결합한 ‘레스펍’으로 기존 호프집과 차별화를 꾀했다.  제공 | 치어스

[스포츠서울] 프랜차이즈 생맥주 전문업체 ‘치어스’ 정한 대표(47)가 걸어온 삶은 버라이어티하다. 미국 유학생활을 하며 호의호식하던 때부터 회사 부도로 노숙자로 전락하며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자만하고 건방졌었다”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인생의 바닥에서 맛 본 쓴 맛은 그를 더 단단하게 여물게 했다. “더 이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던 그는 실낱같은 성공 확률의 치킨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재기에 대한 악착같은 오기와 희망으로 2년도 채 안돼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패밀리레스토랑과 영국식 펍하우스가 결합된 ‘레스펍(RESPUB)’인 치어스의 문을 열게됐다. 현재 370여개의 치어스를 이끌며 ‘창업신화’, ‘인생역전’의 신화를 이룬 정한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사업철학,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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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대표는 미국 유학생활을 하며 호의호식하던 때부터 회사 부도로 노숙자로 전락하며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경험했다.  제공 | 치어스


◇노숙자부터 ‘대박’ 사장님까지 ‘파란만장 인생’
그의 삶을 얘기할 때 노숙자를 경험한 시절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IMF 외환위기로 부도 수표를 막지 못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인천 길바닥에서 1년간 먹고 자며 노숙을 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용직을 나서 근근히 끼니를 때우기가 일쑤였다.” 잘 나갈 때 함께했던 친구들도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자존심은 밑바닥을 쳤고, 오기는 더 강해졌다.

“당시에는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용기가 안났다. 어느날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데 한 어르신이 ‘젊은 놈들이 저러니 나라가 이모양’이라며 혀를 차시더라. 그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오랜만에 거울을 보니 과거의 말쑥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비참하고 남루한 모습이었다. ‘29살 젊은 나이에 이렇게 숨어서 지내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곳은 바로 치킨집이었다. 그는 1998년 마지막으로 부모를 찾아가 간청한 끝에 창업 자금 5000만원을 빌려 분당 이매동에 있는 8평 짜리 치킨집을 인수했다. 하지만 재기에 대한 희망도 잠시, 치킨집을 오픈하고 나서 며칠 지나자 부동산 업자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루 40만~50만원의 매출로 월 50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했지만 하루 매출 10만원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여기서 무너지면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노숙의 세월이 끈기와 오기를 가져다줬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물어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장사를 익혀 나갔다. 메뉴를 개발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7개월 뒤에는 하루 매출이 150만원으로 뛰었다.”

스스로 익힌 음식 노하우, 고객을 다시 찾게 만드는 서비스는 훗날 치어스 운영의 밑거름이 됐다.

◇남녀노소 즐기는 ‘레스펍’ 치어스, 인기비결은?
그는 2001년 12월 분당구 야탑동에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 1호점’을 오픈했다. 당시 주택가에 호프집을 오픈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주택가에서 호프집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모두 안 될 것이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 중심의 호프집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치어스를 패밀리 레스토랑 개념에 영국식 펍을 결합한 ‘레스펍’으로 차별화하기로 했다. 신개념 호프집에 대한 고객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덕분에 오픈 3개월만에 하루 매출이 10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뛰었고, 한달 매출은 9000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는 치어스의 인기비결로 호텔 수준의 고급 요리, 세련된 인테리어, 고객감동 서비스를 꼽았다. 그는 “치어스는 주방장들이 신선한 재료로 직접 요리한 메뉴만을 선보인다”고 강조했다.

치어스는 호텔급 요리와 생맥주를 함께 즐기는 프리미엄 레스펍이다. 70여 가지의 고급 메뉴를 개발했다. 치어스가 50호점을 열때까지 오로지 단골 손님의 입소문만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도 한몫했다. “칙칙한 술집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조명을 밝게 했다. 술집이라는 선입견을 없애야 가족과 여성들이 찾아올 수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직영점 공사를 하면서 공간의 3분의 1을 흡연실로 만들었더니 유아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이 늘었다. 어린 자녀들의 생일파티도 연다. 치어스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이색 호프집이다.”

고객감동 서비스도 빼 놓을 수 없다. 정 대표는 직원과 고객들 사이에서 ‘예스맨’으로 통한다. 한마디로 ‘바보같이 사업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 교육 때도 “바보가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하자”고 강조한다. “예스맨, 바보라는 의미는 우리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뭐든지 다 해준다는 것이다. 식사 후 매장에 들른 손님들이 ‘배부르니 맥주만 달라’고 하면 ‘술 마실때는 안주를 드셔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매번 안주를 직접 만들어줬다. 감동을 받은 고객은 주변에 홍보를 자처하고, 지인들과 함께 방문하면서 단골이 된다. 덕분에 치어스 본점인 분당점은 13년째 단골 손님이 유독 많이 찾는다.”

그의 꿈은 우후죽순 매장 수를 늘리는 것 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매장 수는 중요하지 않다.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곳, 고객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김자영기자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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