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하이브(HYBE) 주가는 22일 7.81% 하락했다. 지난주 23만원선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단기간에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8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이는 하이브와 ‘뉴진스 엄마’라 불리던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주가도 고꾸라진 셈이다. 이들의 갈등이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22일 장중 2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가며 20만원 선이 깨질 우려도 있었지만, 국내 증권가에서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 외치자 23일 소폭 반등 후 24일은 전일대비 1000원 상승한 21만1000원에 마감했다.

◇ ‘기업가치’에 흔들리는 엔터주…민희진-방시혁 갈등 불씨 됐다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또 다른 어도어 경영진인 신동훈 부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팀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또 이들이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겼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하이브는 민 대표 사임을 요구한 가운데, 민 대표는 하이브의 이 같은 독자 행보론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민 대표는 아일릿(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소속)이 뉴진스를 표절한 문제를 제기하니 날 해임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지난 22일 한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공개하며 뉴진스 베끼기 파문에 대해 불쾌함을 토로했다.

앞서 하이브 측은 지난 3월 데뷔한 5인조 걸그룹 아일릿을 데뷔시킬 당시 ‘뉴진스 동생 그룹’을 강조하며 이들을 내세운 바 있다. 국내 누리꾼들은 아일릿 데뷔 당시에도 뉴진스와 유사한 의상, 안무, 콘셉트 등을 찾아내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민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항의”라고 주장하며 “자회사 간 걸그룹 표절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하이브 주가에 휘둘리는 개미들 “우린 무슨 죄”

결국 이들의 진흙탕에 국내 개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어도어는 민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하이브의 지분율이 80%다. 나머지 20%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보다 적은 지분율을 가진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깊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22일(7497억원)과 23일(1041억원)을 합쳐 시총 8538억원이 사라졌다.

국내 투자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커뮤니티 종목 토론실에서는 “민 대표는 콘셉트를 잘 잡고 상품의 가치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을 뿐, 이같은 상품을 잘 파는 것은 결국 하이브의 몫이었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지식재산권(IP)에 해당하니 매도는 불필요한 상황”과 “뉴진스가 하이브 주가 오름세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이니 지금이라도 팔자 기조로 돌아서야 한다”로 대립하고 있다.

◇ 증권가 “실적 영향 제한적일 것”

국내 증권가는 이번 갈등에 기업 가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방시혁-민희진의 진흙탕 싸움으로, 다시 한지붕 식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23일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가 강력한 인기를 보여준 만큼 팬덤과 대중이 민 대표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민 대표의 높은 사임 가능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뉴진스는 데뷔 이후 2년간의 활동을 통해 이미 견고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들은 프로듀서의 팬이 아닌 뉴진스의 팬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뉴진스 IP의 훼손을 원치 않기 때문에 5, 6월 발매 예정인 음반 활동이 영향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추후 크리에이티브 대체가 필요하겠으나 이미 보유한 팬덤 및 하이브의 매니지먼트 역량 고려 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BTS(빅히트), 세븐틴(플레디스), TXT(빅히트), 엔하이픈(빌리프랩), 르세라핌(쏘스) 등 아티스트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아일릿(빌리프랩), 투어스(플레디스) 등 신인 아티스트의 연이은 흥행으로 두드러지는 신인 Hit Ratio를 재차 증명해 보이는 중이다. 전반적인 레이블이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 및 신인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어 단일 레이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어도어 관련 갈등이 빠르고 원만하게 해소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만일 그렇지 못한 상황이 오더라도 하이브의 중장기 성장동력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3일 하이브 리포트를 낸 증권사들은 모두 투자의견 ‘매수’와 기존 목표주가(NH투자증권 31만원, 한국투자증권 31만5000원, 이베스트투자증권 31만원)를 유지했다.

보통 엔터주는 상품성이 짙은 아이돌의 사생활, 행보가 영향을 미치지만 이번 사태처럼 제작자 간의 갈등으로 주가가 오르내린 상황은 드물다.

엔터업계 전문가는 “이번 사안으로 인해 엔터계의 자원인 아티스트 상품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이 또한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될 것이고, 주가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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