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연예인은 정치와 종교적 발언은 피해야 한다.”

연예계에 오랫동안 통용돼 온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연예인과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의 정치참여가 눈에 띄고 있다. “지지하는 당은 집권당”이란 우스갯소리로 정치적 발언을 피해 갔던 예년과 달리 ‘폴리테이너’가 증가하는 추세다.

오래 전부터 보수 진영을 지지해온 김흥국을 비롯해, 이천수와 정준호가 국민의 힘 지지 선언 및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원종을 비롯해 정치 유튜버가 된 강성범, 국회의원에 도전장을 내민 서승만은 진보 진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후원회장부터 비례대표 후보까지, 각양각색 정치권 진출

가장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하는 인물은 김흥국이다. 김흥국은 각종 행사에서 ‘우파 연예인’을 내걸고 정계에 진출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김흥국은 배우 정준호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정신없쇼’에서 “사람들이 만나면 ‘왜 맨날 도와만 주냐. 당신을 국회의원으로 찍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준호도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영입 인재 한정민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천수는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후보 후원회장을 맡아 함께 선거유세 중이다. 이천수는 4년 전 같은 지역구에 나온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원종은 강원도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2012년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부산에서 출마한 문성근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 공동 후원회장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개그맨 출신 강성범은 정치 평론가 이동형 등과 더불어 진보 진영 스피커로 직업을 전환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강성범tv’는 구독자가 58만여 명에 달한다. ‘친명 유튜버’로 나선 서승만은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24번을 받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22대 총선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의 행보는?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민정과 한준호, 박성준 후보가, 국민의 힘에서는 배현진 후보가 재선에 도전한다.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한 서울 광진을에서, KBS 23기 공채 박성준 후보는 중구 성동을, MBC 출신 한준호 의원은 고양을에서 출마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송파을에서 당선된 배현진 후보도 국회의원 배지를 노린다.

새 얼굴도 있다. YTN 아나운서 출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도봉갑 지역구 후보로 나와 최근 웨이브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에서 슈퍼맨으로 활약한 국민의 힘 김재섭 후보와 맞붙는다. 30대 청년 정치인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 지역구 중 하나로 꼽힌다.

광주 MBC 아나운서 출신 양종아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월 인재영입 대상에 올라 광주 북구을에 출마한다. 반면 김건희 여사에게 ‘언니’ 호칭을 들었던 진양혜 전 아나운서는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 미래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낙천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누구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다.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예전에는 정치적 발언을 할 공간이 제한적이었는데, 최근 SNS 등 소통의 창구가 많아지면서 연예인들의 이슈에 대한 의미 있는 발언이 대중 영향력을 갖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정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는 것 같은 행위는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낸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지지자들에겐 응원받겠지만, 다른 성향의 지지자들에겐 반감을 일으킨다. 효과를 보는 만큼 위험성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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