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진화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팬 몫이다.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엔 도박중독과 절도, 마약투약과 대리처방으로 수위도 높다. ‘야구의 계절’에 날아든 비보다.

정규시즌 개막 후 야간경기-6연전체제로 연착륙한 KBO리그는 때아닌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대표까지 지낸 전직 선수가 향정신성의약품 불법투약 혐의로 구속됐는데, 조사 과정에 수면제 등을 대리처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경찰이 공식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KBO리그 현역 선수에게도 부탁했다는 소문이 퍼져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정말 만화에서나 일어날 만한 일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는 은퇴했더라도 기본적인 품위는 지켜야 한다. 누군가는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기도, 롤모델로 삼기도 한다. 이런저런 말실수로 입방아에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야구 잘했던, 멋있는 선수로 기억하는 팬도 있다.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 선다. 매일 중계화면을 통해 플레이 하나하나가 전국으로 송출된다. 플레이 형태에 따라 언제든 소환되는 선수였다. 은퇴했지만, 존재감은 흐려지지 않았다. 유니폼을 벗음과 동시에 자연인이 된다는 건 해당 선수 개인의 착각이다. 이런 선수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지 않는다.

메이저리그(ML)도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가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 탓에 불법 도박 연루설에 휩싸였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손을 댔다가 빚을 감당하지 못해 오타니 계좌에서 송금했다는 게 내용이다.

ML 개막전이 국내에서 열린 지난 20일 경기 후 해당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고,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를 곧장 해고했다. ‘성실함의 대명사’ ‘스캔들 하나 없는 무결점 사나이’ 등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오타니여서 파문은 컸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액 연봉자는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을 따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까지 관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약 오타니의 말이 사실이고, 미즈하라가 그의 통장을 관리할 만큼 돈독한 관계였다면, 뒤통수 제대로 맞은 셈이다. 샘물 같던 오타니 이미지도 세게 맞은 뒤통수에 증발해버렸다.

스포츠스타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쪽도 심지어 국가대표팀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져 홍역을 치렀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 폭등하는데, 선수들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퇴보한 것처럼 보인다. 인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비친다.

세계 어느 곳이든 스포츠스타에게 바라는 이상향은 ‘정직함’이다.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사생활도 규범과 규율에 맞춰 잘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은퇴했든, 슈퍼스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든, 스포츠팬은 이들이 정당하게 흘린 땀의 대가를 공정하게 얻는 과정에 열광한다. 비록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흠결이 없으면,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게 팬심이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꼬리표, 누구도 달고 싶지 않다. 선수 스스로 꼬리표를 양산하는 건 아닌지 팬의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할 개막 시즌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