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국가대표팀 사령탑 시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은 지난 2004년 12월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한국과 친선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모습.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22일 오후부터 한국 축구계는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하다. 독일 스포츠 유력지로 불리는 ‘키커’지가 자국 축구 리빙레전드인 클린스만이 한국 차기 축구국가대표 사령탑 후보로 떠오르며 대한축구협회(KFA)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하면서다.

축구계 정통한 복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KFA는 실제 클린스만 감독과 접촉했다. 연봉 등 세부 조건과 관련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하는 조건 등 지도 방식과 관련된 게 최대 변수다. 다만 최근 지도자 삶이 내리막길로 돌아선 그는 손흥민 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재능이 즐비한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이 있고, 재기의 발판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KFA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선임 과정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소속 위원에게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구체적 상황 파악은 어렵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KFA가 꼽은 최우선 후보군엔 애초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KFA는 앞서 일부 인사를 타진했는데 구체적인 협상 단계까지 진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 로베르트 모레노와 마르셀로 비알세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모로코 감독 등 다수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는데, KFA는 동시 접촉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두고 1명씩만 접촉해왔다. 일부 인사는 스스로 ‘세일즈’에 가까웠다.

위르겐 클린스만

2002 FIFA 월드컵 트로피(우승컵) 순회전시 출정식
지난 2002년 4월11일 2002 한일월드컵 트로피 출정식에서 과거 월드컵에서 같이 뛴 홍명보(가운데)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 최승섭기자

클린스만 감독은 KFA가 새 사령탑 선임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조건에 부합했고, 협상 속도가 빨라졌음을 추측하게 한다. ‘키커’지는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전 국가대표 출신인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을 만난 것을 언급, ‘클린스만과 한국은 전 분데스리거인 차두리를 통해 연결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더 나아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을 경우 차두리가 어떠한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분위기다.

클린스만 감독과 KFA가 교감을 나누면서 독일 출신인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도 바빠졌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는 클린스만 감독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뮐러 위원장은 최근 새 감독 선발 요건으로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까지 5가지를 내세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독일의 명골잡이로 A매치에서만 108경기를 뛰며 47골을 터뜨렸다. 특히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한국과 겨뤄 2골을 넣은 적이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선수 은퇴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2004년 독일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4강을 이끌었다. 2011~2016년엔 미국 대표팀을 맡아 2013년 골드컵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클럽 지도자로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에 부임했으나 1년도 못 채웠다.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직에 앉았을 땐 100일도 안 돼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떠났다. 전문성과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겪은 경험, 재기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감독 시절 전술적으로 여러 비판이 따른 만큼 아시아 선수의 장점을 하나로 모을 역량, 그리고 국내에 잔류하며 A대표팀 외 한국 축구 전반적인 발전을 끌어낼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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