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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제공 |FC서울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베테랑 미드필더 고요한(35)은 2006년부터 FC서울에서만 뛴 ‘찐 원클럽맨’이다. 서울은 한때 고요한 고명진 고광민까지 이른바 ‘쓰리 고(Go)’가 팀의 중심 구실을 했다. 그러다가 고명진이 2015년 카타르 무대로, 올 겨울 고광민이 말레이시아 무대로 각각 향했다. ‘쓰리 고’ 중 고요한만 서울에 남아 뛰고 있다. 서울에서 K리그 통산 360경기 34골 30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 서울의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서 만난 고요한은 “사람 일은 모르지만 서울에서 은퇴하는 게 가장 좋은 일 아니겠느냐. 다른데 갈 생각도 없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고요한은 국가대표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는 등 서울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연히 그를 향한 타 리그, 타 팀 러브콜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순리대로 한 것 같다. 이적해도 구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추진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여러 팀 러브콜 때도) 묵묵히 축구만 했다. 자연스럽게 서울에 남게 됐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축구에만 집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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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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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에 대한 자부심과 진정 어린 애정은 팬도 느끼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난 시즌은 커다란 좌절이었다.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4월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전열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16년 차까지 큰 부상 없이 보내서 복 받은 선수라고 여겼다. 그런데 2년 전 무릎 내측 인대 파열을 당한 데 이어 지난해 아킬레스건까지 끊어져 매우 힘들었다”며 “그래도 좋은 시련으로 여겼다. 프로 생활 내내 가족과 가깝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많은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재활을 거친 고요한은 서울의 태국 1차 동계전훈부터 참가해 2023시즌을 대비했다. 그는 축구 선수로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욱더 절실한 마음을 품었다. “과거 FC서울다운 모습을 되찾고 박수치고 떠나고 싶다”고 입을 연 고요한은 “올해는 정말 한 경기, 한 경기 마지막이라는 심정”이라고 했다. 후배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후배들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더 싸우고 이기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과거 선배들은 공 한 번 더 뺏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요즘 후배들은 재능이 뛰어나지만 그런 투쟁심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나부터 애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끝으로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고요한은 “아내는 내 개인 감독 겸 코치 겸 비디오분석관 겸 피지컬 코치”라고 웃더니 “그만큼 관심을 두고 나를 케어해준다”고 했다. 또 일곱 살 딸, 여섯 살 아들을 언급하면서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아빠가 유명한 축구 선수라며’하면서 말을 걸어준다더라. 뿌듯해한다. 아이를 빨리 낳고 싶었던 게 선수 생활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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