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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오른쪽)이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장승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기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정말 많다.”

두산 김한수 수석코치는 매일 놀라고 있다. 삼성에서만 선수와 코치, 감독을 지낸 김 수석코치는 다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화수분’으로 불리는 두산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놀랄 때가 많다.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센터(블랙타운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이끄는 김 수석코치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 물론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지켜봐야하지만, 가진 재능만 보면 기본 이상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것은 미래가 밝다는 뜻이다. 야수 중에서 김민혁 김대한 조수행 안재석 이유찬 등 내외야 미래자원이 풍성하다. 원석을 다듬어 빛나게 만드는 건 코치진의 역할이다. 스프링캠프는 기초공사 기간이니 세심하게 조각할 수밖에 없다. 김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참 잘한다”며 “대화도 많이하고,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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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잠재력을 폭발하는 건 선수다. 코치진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 이 감독 체제로 전환한 두산은 훈련 분위기를 싹 바꿨다. 비교적 강성이었던 전임 감독과 접근법이 다르다. 선수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이 감독은 “모든 선수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 제 몸에 맞는 타격, 투구폼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건 그리 좋은 방향이 아니다. 몸에 맞는 스윙을 한다면, 힘을 어떻게 쓸지,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조언을 하는 게 폼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뒷골반(우타자 기준 오른쪽)을 강조한다거나, 임팩트 순간 손목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알려주는 정도다. 힘을 제대로 쓰고, 공을 정확히 맞히면 타격폼을 바꿀 이유가 없다. ‘나에게 맞는 스윙’은 내가 찾는 게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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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간섭이나 잔소리 대신 묵묵히 지켜보며 농담을 건네는 이 감독의 접근법에 선수단 표정도 밝다. 이렇게까지 열심히하나 싶을 정도다. 이 감독 역시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한다. 열심히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정도로 진지하게 모든 훈련을 소화하는 건 나도 놀랄 정도”라며 웃었다.

두산은 30대 중후반 베테랑이 많은 팀이다. 당장 올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 자기확신이 생길 때까지 지켜봐주는 것. 이 감독이 시작한 ‘넥스트 제네레이션’ 준비법이다. ‘팀 베어스’가 속을 채우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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