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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아담 플럿코가 6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악의 피칭을 했으나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해도 똑같이 준비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컨디션도 좋았고 구속과 공의 회전수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불운했던 한 경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LG 아담 플럿코가 2022년 10월 25일 키움과 플레이오프(PO) 2차전 전후 상황을 돌아봤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1.31로 최고 활약을 펼친 선발투수가 무너졌다. 당시 플럿코는 1.2이닝 8안타 6실점(4자책점)으로 조기강판됐다. PO 1차전 완승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LG는 플럿코를 앞세워 2차전 승리를 바라봤는데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면서 6-7로 패했다. 시리즈 흐름이 다시 팽팽해졌고 고척에서 PO 3, 4차전을 내리 패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일 년 동안 잘 했는데 마지막에 무너지면서 플럿코와 LG 모두에 아쉬움 가득한 2022시즌이 됐다.

이후 플럿코는 LG와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비록 마지막 경기는 부진했지만 정규시즌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플럿코는 지난해 28경기 162이닝을 소화하며 15승 5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리그 다승 2위이자 평균자책점 3위였다. LG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플럿코는 지난 4일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콤플렉스에 합류해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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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아담 플럿코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2023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준비는 순조롭다. 지난 6일 올해 첫 불펜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플럿코는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한 그 지점에 정확히 있다. 첫 불펜피칭에서 너무 구속이 높게 나오거나 낮게 나오지 않았고 예상한 그 수치가 그대로 나왔다. 구속과 회전수 모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불펜피칭을 하고 훈련하면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 시즌 과제에 대해 “조금 더 에너지있는 투구를 하고 싶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좀 더 엔진이 빠르고 힘있게 돌아가는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보다 더 경쾌하고 활력있는 투구를 할 수 있게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보다 많은 경기에서 수준 높은 투구를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대한 질문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플럿코는 PO 2차전 컨디션에 대한 질문에 “그 경기를 다시 돌아봤다. 일단 몸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구위 자체도 좋았다. 단지 키움 타자들이 대처를 잘 했다”며 “그 경기는 타자의 경기였다. 상대 선발투수인 에릭 요키시도 힘든 경기를 했다. 1점차 타격전이었는데 양팀 타자들 모두 그만큼 잘 한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PO 2차전까지 약 6주 동안 실전을 치르지 않고 라이브 피칭으로 대체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계획을 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포스트시즌 경기에 앞서 너무 준비 강도가 높으면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투수들처럼 교육리그에 참가해 실전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경기가 내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라이브피칭으로 실전을 대체하는 게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플럿코에게 ‘그럼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똑같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2차전 결과는 내가 아닌 타자들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타자들이 잘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본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덧붙여 “2차전 후 5차전 등판 준비를 했다. 우리가 PO에서 승리할 것으로 봤고 한국시리즈에 오를 것으로 믿었다. 2차전은 아쉬웠지만 5차전 혹은 한국시리즈가 내 다음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포토]플레이오프 2차전 2회초 조기 강판되는 LG 플럿코
LG 선발투수 플럿코가 지난해 10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2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당시 언론과 팬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점을 두고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단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기였다. 그냥 운이 따르지 않았고 나를 위한 날이 아니었다”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매일 일을 잘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일을 못하는 날도 있고 상사한테 크게 깨지는 날도 있다. 비난을 받았을 때 상사에게 깨지는 날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고 돌아봤다.

나쁜 기억을 굳이 담아두지 않았다. 지난 일은 잊고 다가올 일을 준비하는 플럿코다. 그는 “우리 전력이 KBO리그 최고라고 생각한다. 사실 작년에도 최강 전력이고 우승을 했어야 했다. 이번 오프시즌에 유강남과 채은성이 FA로 떠났지만 박동원을 영입했고 윤호솔, 김유영도 왔다. 우리 팀은 우승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을 보면 외야에 누구를 넣을지, 이재원, 홍창기는 어디에 넣어서 뛰게 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불펜은 여전히 막강하다. 나는 올해 우리 팀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는 뚜렷하다. 지난해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개인 욕심은 없고 오직 정상만 바라본다. 플럿코는 “다가오는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박동원과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작년에 KIA 선수로 상대했을 때부터 좋아한 선수였다. 정말 집중해서 붙어야 하는 타자였다. 박동원이 온다고 했을 때 통역에게 부탁해 동료가 돼 기쁘다는 메시지도 보냈다”며 “목표는 작년이랑 똑같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오직 우승만 생각한다”고 재차 힘줘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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