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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좌투수 함덕주가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수준급 좌투수였다. 2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투수가 국가대표팀에 선발 돼 국제대회를 경험했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뤘다. 선발과 중간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어느 팀에서든 만능키 구실도 할 수 있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2021년 3월 LG가 두산과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영입한 순간 LG는 우승으로 향하는 가속 페달을 밟을 것 같았다. 시즌 초반에 준비가 원활하지 못했던 토종 선발투수를 대신하고 선발진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필승조에서 활약하는 게 당시 LG가 세운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아무 것도 현실이 되지 못했다. LG는 2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트레이드 효과도 미미했다. 지난해 초반 전성기의 구위를 뽐내며 최강 불펜진 한 축이 되는 듯 싶었는데 보직 변경 중 부상까지 당해 다시 공을 내려놓았다. 최근 1군에서 좀처럼 모습을 비추지 않으며 잊혀졌던 함덕주(28) 얘기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함덕주가 지난 일들과 앞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목표점을 밝혔다.

2년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유는 팔꿈치에 있었다. LG 이적 첫 해인 2021년에는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해야 했다. 뼛조각 제거 수술 후 복귀한 2022년에는 팔꿈치 근육통으로 제대로 시즌을 치를 수 없었다.

함덕주는 지난 4일(한국시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고 완벽할 것으로 생각했던 왼쪽 팔꿈치가 또 아팠다. 진단 결과 근육통이라고 하는데 낫기 위해서는 그냥 쉬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작년 5월 정도부터 9월까지 쭉 쉬었다. 팔꿈치가 안 좋은 데도 2군에서 선발 준비를 해보겠다고 한 게 지나친 욕심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5월 11일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면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1년 전 예비 FA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팀도 우승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청사진을 그렸는데 이뤄진 것은 전무하다.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한 함덕주는 2023시즌 후 FA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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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함덕주가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모든 것을 내려놓고 ‘0’부터 다시 시작한다. 함덕주는 올시즌 자신의 보직을 묻는 질문에 “난 2년 동안 보여준 게 없는 투수다. 정해진 보직은 없고 그냥 0에서 하나하나 쌓아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준비 과정이 선발은 아니니 중간투수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과거 두산 시절 선발을 선호한 이유에 대해서는 “두산의 경우 중간투수의 등판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두산 시절 중간을 하면서 보직도 많이 바뀌었다. 반면 선발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등판 일정이 뚜렷하다. 언제 등판하는지 알고 마운드에 오르고 싶었고 그러면서 선발을 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선발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없다. 작년에 토종 선발진이 좀 불안해서 내가 선발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됐다. 지금은 선발을 주장하기보다 아프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보여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국가대표 경력과 예비 FA는 머릿속에서 지운 채 신인처럼 내부 경쟁에 임한다는 각오다. 함덕주는 “다들 아시지만 우리팀 마운드가 정말 강하다. LG에서 1군이면 어느 팀이든 1군 투수가 될 수 있다”며 “지금 나는 1군 투수진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싸우는 입장이다. 꼴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꼴찌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씩 올라가겠다. 무엇보다 이제는 안 아프면서 그냥 야구를 하고 싶다. 정말이다. 보직이나 FA 같은 것보다 일단 1군 무대에서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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