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최형우
KIA 최형우가 올시즌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시속 154㎞로 날아든 강속구도 불혹의 베테랑을 막아서지 못했다. 아끼던 후배의 은퇴경기였고, 팀의 가을잔치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전. 노장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고,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날아오른 타구가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KIA 최형우(39)가 10번째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최형우는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홈경기에서 6-1로 앞선 7회말 김민의 강속구를 받아쳐 중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으로 시즌 70타점 고지를 돌파(71개)했다. 4회말 역전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주루플레이로 후배들의 분전을 끌어냈고, 결승점의 주인공이 됐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 6일 광주 KIA전에서 “최형우가 도루(5일 광주 LG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KIA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불혹의 베테랑이 몸을 던지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분명 큰 자극이 됐을 것”이라며 “이런 베테랑이 있다는 건 동료 입장에서 감사할 일”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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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전에서 기습 도루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실제로 최형우는 6일 광주 LG전에서 2루타 두방을 때려내 경기 흐름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5위 확정에 매직넘버 1을 남겨둔 7일 KT전에서 쐐기 홈런을 포함해 3출루(2안타)로 자력 5위 사수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시즌. 시즌 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크게 당황했다. 그는 “타석에 서 있는 건 분명 내가 맞는데, 스윙은 최형우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가 안잡혔다.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7월 중순께 잃었던 감각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던 최형우는 8월부터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8월 한 달 동안 4홈런 16타점 타율 0.342로 반등해 중심타선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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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호쾌하게 스윙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9연패 기간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최형우는 “나는 최악의 시즌이어도 된다.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은퇴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경험하도록 돕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는 떠나지만 타이거즈는 계속 야구해야 하고, 그 팀의 중심은 지금 그라운드에 있는 후배들이다.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면 정말 크게 성장한다. 이 경험을 후배들이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두 번째 신인이던 2008년 준플레이오프로 가을잔치에 데뷔한 이래 2018년까지 아홉 차례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이 중 다섯 번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국내 최고 클러치히터로 자리매김한 동력이 포스트시즌 경험이라는 게 최형우의 생각. 올해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최형우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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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7일 광주 KT전에서 쐐기 홈런을 때려낸 뒤 당당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그는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돼 정말 기분 좋다. 마지막까지 어려운 경기가 많았는데, 후배들이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고생한 시즌인만큼 정규시즌 최종일까지는 이 기분을 만끽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컨디션 조절 잘해서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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