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최주환 \'넘어갔어\'
SSG 최주환이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경기 2회말 우월홈런을 날린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SSG 최주환(34)의 시즌 타율은 0.223에 불과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거액을 받고 이적한 것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그러나 전반기와 후반기, 특히 8월 이후 성적만 놓고보면 특이점이 눈에 띈다. 타율이 두 배가량 상승했다. 다른 공격지표도 SSG가 기대한 모습에 수렴 중이다. 전반기 48경기에서 2홈런 타율 0.161로 침묵했는데, 후반기에는 6홈런 타율 0.296로 제 모습을 찾았다. 8월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38경기에서 6홈런 19타점 19득점 타율 0.319다. 4할에 가까운 출루율(0.397)에 OPS(장타율+출루율)도 0.949에 달한다. SSG가 원한 최주환의 모습을 거의 회복한 셈이다.

최주환은 “전반기에는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두산 시절에는 펑고 치듯 타격해도 드넓은 잠실구장 펜스를 훌쩍 넘길만큼 배트 스피드가 빨랐다. 그는 “(김)재환이나 (양)의지, (김)현수 등 나보다 체격이 큰 선수들에게 파워로 밀리지 않아야 1군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라는 이미지가 생긴 배경이다.

\'아....넘어갈뻔\' 최주환[포토]
SSG 최주환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 3회초 잘맞은 타구가 가운데 담장 상단을 맞고 2루타가 되자 아쉬움을 터트리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확진 이후 뜻하지 않은 슬럼프에 빠졌다. 신체 호르몬 수치가 크게 떨어져 힘을 응축해 폭발하는 순발력에 문제가 생겼다. 2군으로 강등했을 때도 신인급 선수와 똑같이 훈련하면서 몸 스피드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당연히 2군에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내려가서도 설렁설렁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나쁜 습관이 밴다.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왼 손목을 과도하게 쓰기 시작했다. 일종의 보상심리. 타이밍이 늦었으니 손목힘으로 부족한 회전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스윙을 더 무디게 만들었다. 손목을 빨리 덮으면 톱스핀이 걸린 땅볼 타구나 드롭성 타구밖에 만들 수 없다. 손목을 덜 쓰려다보니 오른쪽 골반과 어깨가 빨리 열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뭘해도 안됐다”는 말 그대로였다.

최주환
SSG 최주환이 슬럼프 탈출을 도운 요술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그러다 찾은 게 삼성 호세 피렐라가 들여온 요술방망이다. 마치 헤드가 두 개 달린 것처럼 생긴 훈련용 배트로 스윙의 기본을 다시 정립했다. 배트 중간 부분에 헤드가 하나 더 달려있으니 어깨가 일찍 열리거나 손목을 덮으면 양질의 타구를 만들 수 없다. 노브도 길게 뽑혀있어, 날아오는 공을 노브로 맞히는 훈련도 가능했다. 최주환은 “(노브로 공을 맞히는 것은) 초등학교 때 하던 훈련이니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고 웃었다.

요술방망이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쏠리던 타구 방향이 점차 좌중간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주환은 “거리보다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면이 넓어지면, 코스별로 안타를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며 밝게 웃었다.

정규시즌에는 큰 힘이 되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는 ‘밥값해야한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최주환이 본궤도에 오르면, SSG 타선 짜임새도 더 촘촘해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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