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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열(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관장

바야흐로 자기 PR(홍보)의 시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며 겸손의 가치를 내세우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입고 먹는지, 무엇을 배우는지 공개하며 자신의 능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호신술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왜일까.

누군가 계획적으로 당신을 위협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치자, 그러면 당신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랑스럽게 올렸던 SNS의 모든 자료는 그대로 당신을 위협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그런데 SNS에 당신이 상대 팔을 꺾고 제압하는 영상을 올렸다면, 상대는 당신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할 계획을 더 치밀하게 세우게 된다.

그러니 주변 친구들에게도 자랑하지 말자. 친구들이 당신의 호신술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그때 뿐이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함께 노출된다면 그들은 호신술을 배운 당신 뒤로 숨을 것이다. 당신을 희생시킬 것이다.

그래도 SNS는 포기 못 하겠다면 이거라도 꼭 지키자. 모르는 누군가 갑자기 신체적 위협을 해오거나 싸움이 나더라도 자세를 잡지마라. 내가 호신술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미리 알리지 마라.

예를 들어 양팔을 들어 올려 얼굴 주위를 방어하는 복싱자세, 언제든 옷깃이나 팔을 잡을 수 있다는 유도·레슬링식 자세 등을 취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유는 있다. 당신이 뭔가 할 줄 안다는걸 노출하면, 상대 상대 역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신의 상황은 격투 경기와는 다르다. 상대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당신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 믿는 구석은 ‘훨씬 우월한 신체조건’, ‘다수의 동료’, ‘흉기’ 등 공정한 경기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단 한 순간이다. 그 기회를 놓치면 호신술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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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교해 보자. 당신이 겁먹은 것처럼 행동해서 상대가 아무 대비 없이 다가와 크게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 그리고 당신이 복싱 자세를 잡았을때 상대가 흉기까지 꺼내 차근차근 다가오는 경우, 이중에 당신의 호신술이 성공할 확률은 어느쪽인가.

답은 쉽게 나온다. 일반적인 호신술들이 대부분 그냥 서있는 자세에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웨이트 트레이닝 한 사람과 시비가 붙으면 큰 덩치와 근육 때문에 상대가 물러나는 상대가 많다”고 반론한다. ‘최고의 호신술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반론에는 중요한게 빠졌다. 큰 근육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최소 몇 년 이상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매일 바벨을 들고 식단을 지키는 생활을 몇 년씩 한 것이다.

만약 호신술에 이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면 그는 단순히 호신술을 아는 수준이 아니라 무술 고수가 되어 있을 거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까지 수련을 한다면 큰 근육을 가진 것 이상의 자신감이 생긴다.

액션 영화를 보면 너무 강해서 하늘 높을 줄 모르던 젊은 주인공이 남루한 행색의 노인에게 실컷 맞은 뒤 ‘제자로 거둬 달라’며 무릎을 꿇는 전개가 가끔 나온다. 이 첫 만남에서 노인은 실제 고수면서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젊은 사람에 비해 근력이나 체력이 모자란다.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다. 그래서 남루한 고수는 주인공이 방심해서 틈을 내보이도록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이다. 이건 영화이고,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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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열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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