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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천=김용일기자] “올해 유독 힘드네요.”

지난 21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울산 현대와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펩 태완’ 김태완 김천 상무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K리그 군 팀 지도자’ 김 감독의 고민은 커진다. 시즌 도중 전역자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장기간 상무 축구단 사령탑으로 주가를 높이는 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특수성을 지닌 팀 경쟁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상무의 지도자 제안을 받고 ‘불사조 군단’ 합류한 김 감독은 2017년부터 정식 감독직을 맡았다. 그리고 2020년 구단 역대 최고 성적(K리그1 4위)에 이어 지난해 김천 연고 이전으로 처음 2부 리그에서 시즌을 맞았으나 우승을 차지, 곧바로 1부 승격에 성공했다.

원소속팀에서 ‘잠시 왔다가는’ 군 팀에서 선수 역량을 최대치로 모으는 건 쉽지 않다. 김 감독은 전술, 지략을 떠나 선수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행복축구’를 화두로 던졌다. 어릴 때부터 프로까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놓인 선수에게 군 복무 기간만큼은 즐기면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실제 여러 선수가 실전 경기에서 시도하지 못한 기술 활용으로 성장의 디딤돌을 놓았다. 선수 사이에 ‘행복축구’가 입소문을 타면서 군 팀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데도 이바지했다.

다만 올해 김 감독의 마음은 이전보다 허전한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기까지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린 조규성과 국가대표 센터백 정승현 등 큰 임팩트를 남긴 선수가 한꺼번에 전역을 앞뒀다. 현재 김천은 둘을 포함해 14명이 내달 전역으로 휴가 중이다.

부상자도 유독 많다. 김천에 또다른 동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 지언학(아킬레스건 파열), 고승범(햄스트링), 문지환(안와골절)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최근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신병을 중용하고 있다. 울산전에서도 이준석, 김준범, 임승겸, 김륜성, 윤석주 등 다수 신병을 선발진에 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김 감독만의 ‘불사조 리더십’은 리그 선두 울산전에서도 증명됐다. 그는 울산이 잘하는 후방 빌드업을 제어하고자 패기를 지닌 신병의 기동력을 활용해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고, 김준범의 선제골까지 만들어냈다. 비록 울산 외인 아담 마틴에게 멀티골을 허용해 1-2 역전패했으나 호평받을 만한 경기력이었다. 김 감독도 “순조롭게 팀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웃었다.

김천은 최근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강등권인 11위(승점 26)까지 떨어졌다. 매 시즌 여러 난제를 지혜롭게 이겨낸 김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불사조처럼 1부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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