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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흰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바즈 루어만 감독 옆, 해사한 청년의 모습이 화면 위에 비치자 “어쩜”하는 감탄이 쏟아졌다. 전날 시사회에서 구레나룻과 기름기 낀 헤어스타일로 159분간 맹활약을 펼쳤던 엘비스 프레슬리 역의 오스틴 버틀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장기 없는 말끔한 얼굴을 선보였다.

미국의 전설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조명한 영화 ‘엘비스’의 감독과 주연배우인 두 사람은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CGV왕십리에서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비록 화상이지만 엘비스가 가지 못한 곳을 우리가 가고 있다”며 “꼭 엘비스를 위한 투어를 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딸 리사마리 프레슬리의 이름을 딴 전용기 ‘리사마리’호를 타고 해외투어를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매니저인 톰 파커 대령(톰 행크스 분)의 훼방으로 끝내 떠나지 못한 영화 속 상황을 빗댄 인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엘비스’는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영화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과 그가 일군 팬덤 문화, 팝 비즈니스 시스템, 그리고 50년대 인종갈등과 60년대 격동의 현대사 가운데서 목소리를 냈던 생애를 재조명한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 등 감각적인 연출로 정평이 나있는 바즈 루어만 감독은 특유의 키치한 연출력으로 20세기의 아이콘을 21세기에 걸맞게 포장했다. 159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그의 음악과 다이내믹한 생애가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바즈 루어만 감독이 처음부터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영화를 준비했던 건 아니다. 그는 “원래는 1950~70년대 미국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그러다 보니 당시 대중문화의 중심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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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K팝 창시자 시스템 창시자는 엘비스 프레슬리, 세기의 아이콘

영화 속 팝스타들이 대체로 방탕하게 묘사되는 것과 달리 ‘엘비스’ 속 엘비스 프레슬리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신앙이 깊은 청년으로 그려졌다.

영화 초반 엘비스가 흑인 음악에 빠지게 된 것도 마을의 흑인 교회 부흥회에서 알앤비 음악에 빠지면서부터다. 어머니에게 핑크색 캐딜락을 사주는 게 꿈이었던 미국 남부의 시골뜨기 청년은 점잖은 컨트리 가수 공연의 보조가수로 출발한다.

하지만 전후, 새로운 문화를 원했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었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골반춤은 이내 여심을 뒤흔들었다.

그런 엘비스의 가능성을 알아본 톰 파커 대령은 그를 스타로 만든다. 영화는 파커 대령이 엘비스의 팬덤을 확인하고, 그의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흡사 지금의 K팝 산업과 다를 바 없는 스타 마케팅이 이미 1950년대 펼쳐진 셈이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K팝, 가요문화의 창시자가 엘비스라 해도 무방하다. 낡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미지를 벗겨내면 엘비스와 젊은 세대가 다를 바 없고, 그의 삶을 통해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톰 파커 대령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타성을 한눈에 알아봤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42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된 결정적 인물로 묘사됐다.

루어만 감독은 “한국의 K팝 시스템 관계자들과 아는 사이다. 톰 파커 대령의 사례를 통해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운명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아티스트의 정신적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부분을 조율하지 못한다면 파괴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며 “비즈니스에만 집착하면 아티스트가 무너지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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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_라이브 컨퍼런스_스틸
◇신예 오스틴 버틀러, 리사마리 프레슬리가 목소리 구분 못해

엘비스 프레슬리 역을 연기한 오스틴 버틀러는 1년 반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엘비스 모창과 다리떨기 춤을 마스터했다.

오스틴 버틀러는 “음악은 엘비스의 DNA다. 그의 목소리를 닮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루어만 감독은 “리사 마리 프레슬리가 영화를 보고 아버지 목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오스틴과 엘비스의 영혼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흥겨운 음악으로 가득 찬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의 주소비층인 2030 세대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낯설어한다는 점이다.

루어만 감독은 “한국의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2030 세대들은 엘비스 프레슬리 하면 핼러윈 코스튬을 떠올린다. 호주가 고향인 K팝스타 블랙핑크 로제와 엘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녀는 ‘릴로와 스티치’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엘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고 한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낡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미지를 벗겨내면 엘비스와 젊은 세대가 다를 바 없고, 그의 삶을 통해 고민해 볼 만한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영화를 통해 20세기 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이 21세기 젊은이들에게 깊은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요즘 세상은 젊은이들이 카메라 한 대로 유명해지지 않나. 브이로그에서 양치질하는 모습만 찍어도 유명해지지만 그로 인해 상업적인 이익에 집착하고 돈과, 삶에 충돌이 일어나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전하고 싶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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