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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요즘것들이 수상해’ 포스터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KBS2 신규 예능 ‘요즘것들이 수상해’(이하 ‘요상해’)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하 요즘사)측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을 통째로 빼앗긴 기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KBS2 ‘요상해’가 자신들의 콘텐츠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요즘사’는 지난 2017년 채널을 열고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아닌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찾는 요즘 것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MZ세대를 인터뷰해왔다. 구독자는 약 3만 6000명이다.

‘요즘사’ 측은 영상에서 “‘요상해’의 제목과 로고, 기획 의도, 출연자 등이 ‘요즘사’와 유사하다”며 “KBS 담당 PD로부터 ‘요즘사’ 콘텐츠를 참고한 적도, 레퍼런스로 활용한 적도 없으며 모든 것이 저희의 오해라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자료 조사를 하면서 저희 콘텐츠를 못 찾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출연자들도 줄줄이 겹치는데, 만약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공영 방송사라면 방송 전 체크를 하고 저희에게 연락을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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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영상 갈무리.

이같은 주장에 대해 KBS는 “표절은 사실이 아니다. ‘요상해’는 MZ세대를 연구하는 다양한 기관과 전문가들을 만나 정식으로 자문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오랜 기간 복잡한 절차를 통해 단계별로 기획이 이뤄졌다”라며 표절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요즘 것들’이란 표현은 이미 수많은 책, 신문, 방송에서 관용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며 출연자 중복에 대해서는 “이미 여타의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 등의 웹 콘텐츠, 여러 출판물 등을 통해 소개된 인물들이 포함돼 있다. 프로그램에 적합한 인물들을 오랜 기간 찾고 취재했다”라고 반박했다.

방송가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포맷을 차용하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Mnet ‘슈퍼스타K’(2009)로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너도나도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TV조선이 ‘미스트롯’·‘미스터트롯’(2019)으로 송가인, 임영웅 등 스타를 발굴하고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가져오자 모든 방송사가 지난 3년동안 트로트를 소재로 비슷한 출연진과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대중들 사이에선 “트로트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밖에도 Mnet ‘프로듀스101’(2016)이 아이돌 준비생을 모아놓고 서바이벌 경쟁을 통해 데뷔조를 확정짓는 포맷으로 큰 인기를 끌자 다른 방송사들도 아이돌 데뷔 프로젝트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또한 Mnet 댄스 배틀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2021)이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스트리트 댄서들을 발굴하고 국내에 댄스 열풍을 몰고오자 타방송사들도 댄서들을 활용한 춤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2018)이 참신한 구성으로 구독자 182만명의 거대 인기 채널로 변모하자 타 방송들에서 ‘문명특급’ 속 톡톡 튀는 인터뷰 질문이나 구성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전문가들은 “참신한 기획보단 유튜브, 기존 방송 등에서 안정적으로 시청률 확보할 수 있는 포맷을 차용한 안일한 기획”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즘사’ 측은 그동안 방송사의 표절 사례가 공공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JTBC ‘바라던 바다’(2021)는 문화예술단체 ‘재주도 좋아’가 2013년부터 사용해온 프로젝트명과 포맷을 동일하게 사용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독립출판에 대해 다룬 교양예능 KBS ‘냄비받침’(2017)은 독립출판잡지 ‘냄비받침’과 제목명을 똑같이 사용했으나 KBS는 이런 제목의 독립출판잡지가 있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서울에 “타 방송사에서 잘 된 포맷을 배끼는 일들이 그간 비일비재했다. 중요한건 어디서 있던 걸 누가 배껴오는 건가하는 대상이 흥미로운 지점이다”라며 “지금까지는 케이블 채널에서 잘 나가는 작품을 지상파가 비슷한 포맷으로 들고 오는 방식이었다. 과거의 플랫폼으로부터 지금 잘나가는 콘텐츠를 끌고 와서 쓴다는 것이다.

이어 “KBS ‘요즘것들이 수상해’ 논란을 통해 요즘 진짜 예능의 대세는 유튜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며 “방송사들의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적은 것은 실패가 두렵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성공한 것을 끌고와 앉혀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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