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싹쓸이 3타점 3루타
KIA 최형우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3회초 1사 만루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뽑아내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역대 네 번째 3600루타에 2개(3598루타), 열 번째 2100안타에 1개(2099안타·이상 13일 현재)를 각각 남겨둔 KIA 최형우(39)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모처럼 장타를 터트린 뒤 2루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3루까지 가더니, 태그업 후 홈에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득점했다.

최형우는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3회초 2타점 2루타를 포함해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한 경기 4타점은 올시즌 처음이다. 시즌 타율은 0.234에 불과하고 장타율도 0.297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0.386인 출루율로 버티고 있지만,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최형우의 표정은 어둡다.

그럴 수밖에 없다. 통산 1845경기에서 타율 0.314, 342홈런 1405타점을 기록 중인 국내 최고 클러치히터가 지난해부터 빠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허리, 허벅지, 눈 등 크고 작은 부상을 핑계 삼을 수도 있지만, 올해는 경기에 영향을 끼칠 만큼 통증이 심한 부위도 없다. 2008년부터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최형우는 처음이다.

최형우 \'슬라이딩하며 직접 득점까지\'
KIA 최형우(오른쪽)가 13일 잠실 LG전에서 황대인의 좌익수 플라이 때 태그업으로 홈으로 달려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지만 최형우는 “아직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쩌다 하루 잘 한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얘기다. ‘꾸준했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가 났다.

올해 최형우의 스윙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코스와 구종에 대응할 수 있는 스윙 궤도도 여전하고, 볼을 골라내는 눈도 살아있다. 정상화한 스트라이크존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삼진 100개 이상 당한 두 번의 시즌 때도 3할 타율을 너끈히 넘었다. 자신만의 히팅 존을 갖고 있어, 강한 타구를 만들면 수치를 끌어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LG전 3회초에 때려낸 타구가 경기당 3개는 나와야 한다. 수비 시프트를 고려해도 1개는 안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 \'이번엔 2타점 적시타!\'
KIA 최형우가 13일 잠실 LG전에서 6회초 1사 만루에서도 좌전 적시타로 2타점을 추가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깥쪽 속구 대응이다. 시속 140㎞ 초중반으로 날아드는 바깥쪽 속구가 3루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타구가 좌측으로 휘는 경우도 잦다. 날아드는 볼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거나, 히팅 포인트가 늦어 백스핀을 정확히 걸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몸쪽 빠른 공에는 배트가 날카롭게 도는 만큼 힘이나 스윙 스피드의 문제는 아니다.

KT 박병호가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랬다. 박병호만의 타이밍을 만들지 못하니 공과 배트가 만나는 면이 줄었다. 박병호는 올해 12홈런 33타점으로 기량을 되찾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이왕 당하는 삼진이라면, 공이 지나가기 전에 스윙하자는 생각을 한 뒤 히팅 포인트가 조금씩 앞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주저하거나,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다보면 결과도 안좋고 자책도 많이 한다. 그러나 내 스윙을 제대로 하고 삼진을 당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지난 2년과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박병호 담장 넘기고 늠름하게
KT 박병호(왼쪽)가 지난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2연속경기 홈런을 뽑아낸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호가 밝힌 재기 비결을 최형우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윙을 시작하는 타이밍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자기 공을 때려내지 못한다. 때로는 이기적으로 비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제 스윙을 하면서 감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득점권 타율 0.250으로는 통산 최다 타점 기록 경신의 꿈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