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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 신인 두 명의 박준영.제공 | 서울 이랜드

[스포츠서울 | 서귀포=정다워기자] 서울 이랜드에는 두 명의 박준영이 있다.

서울 이랜드가 올시즌 받은 신인 중 동명이인이 있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다. 두 선수 모두 2003년생이고 유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명은 사이드 자원인 ‘작은’ 박준영이다. 서울 이랜드 15세 이하(U-15), 18세 이하(U-18) 팀을 모두 거친 ‘성골’ 유스다. 여기에 ‘큰’ 박준영이 있다. 서울 이랜드 U-15에서 뛰다 보인고로 떠났던 센터백 박준영은 3년 만에 서울 이랜드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서울 이랜드 사람들은 키에 따라 두 선수의 호칭을 큰 준영, 그리고 작은 준영으로 정했다.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2016년의 일이었다. 작은 준영은 “시간이 참 빠르다. 그때도 우리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했다. 저는 작았고 큰 준영은 컸다”라며 웃었다. 큰 준영은 “그때도 작은 준영이는 까불까불했다”라며 농담을 했다.

3년 만에 프로에서 만난 두 선수는 같은 방을 쓰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정확히 열 살 많은 선배 윤보상까지 세 명이 룸메이트다. 작은 준영은 “프로에 처음 와서 모든 게 낯설었다.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큰 준영과 생활하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둘 다 서울 이랜드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기뻐했다”라고 말했다. 큰 준영도 “굉장히 긴장하고 팀에 들어왔는데 작은 준영이를 보고 바로 긴장이 풀렸다.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 훈련이 끝나면 오늘 잘한 점을 칭찬해준다. 자신감을 서로 불어넣어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인으로 두 선수는 올해 프로 데뷔를 기대하고 있다.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은 두 선수를 모두 활용해볼 구상이다. 데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작은 준영은 “사실 저는 반반이다. 일단 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다. 피지컬에서 확실히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다. 당연히 경기에 나서고 싶지만 지금은 철저히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그 후엔 프로 데뷔전도 치르고 큰 준영이와 함께 경기에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큰 준영은 “저는 20경기 출전이 목표였는데 훈련해보고 10경기로 줄였다”라며 웃은 후 “솔직히 멘붕이다. 축구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다.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잘 준비해 작은 준영이와 데뷔전을 꼭 치렀으면 좋겠다”라며 프로 적응이 과제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두 선수는 서로에게도 자극이 된다. 특히 작은 준영이 큰 준영을 보며 동기부여를 느낀다. 큰 준영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훈련에 다녀왔다. 작은 준영은 “대표팀 간다는 소식에 저까지 기분이 좋았다. 저도 경기에 나가 제 존재를 보여드리고 싶다. 큰 준영이는 앞으로 잘할 테니 저도 따라가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큰 준영은 “개인적으로 20세 이하 월드컵에 가는 게 꿈이다. 앞으로도 잘해서 계속 선발되고 싶다”라는 목표를 꺼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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