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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정용이 지난 8월 11일 잠실 SS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지명 당시 기대가 적중했다. 차기 마무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1차 지명으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고 이제는 필승조의 든든한 한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강한 구위와 정교한 제구력, 그리고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결정구까지 보완하며 상승곡선을 이어간다. 어느덧 이정용(25)이 없는 LG 필승조는 생각할 수 없다.

자신 만의 뚜렷한 로케이션이 있다. 이정용은 언제든 스트라이크존 가장 낮은 지점에 패스트볼을 꽂아 넣는다.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이 그랬다. 고우석, 정우영, 김대유 필승조 투수들이 나란히 게임조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9회를 자신있게 책임졌다. 롯데 상위타순을 맞아 삼자범퇴를 완성했는데 특히 마지막 타자인 이대호를 삼구삼진으로 압도했다.

초구부터 낮은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선점한 이정용은 커브로 헛스윙, 그리고 하이 패스트볼로 다시 이대호에게 헛스윙을 유도했다.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며 패스트볼의 정확도가 향상됐고 슬라이더와 커브의 각도 커졌다. 올해 첫 실전이었던 3월 4일 창원 NC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강렬하게 예고편을 찍더니 정규시즌 본편에서도 빛을 내고 있다.

당시 이정용의 투구를 바라본 고우석은 “정용이형이 던지는 것을 보니 마무리투수 자리도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구속과 구위에서는 KBO리그 최정점에 있는 고우석이지만 안정감은 이정용이 우위다. 9이닝당 볼넷 비율에서 2.96개, 볼넷 하나당 삼진 비율에서도 3.23개로 고우석의 3.62개·3.00개 보다 낫다. LG 영건 필승조 트리오 중 이정용의 볼넷 허용률이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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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무리투수 교체를 논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고우석이 후반기에만 블론세이브 5개를 범했지만 이미 정규시즌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 또한 고우석을 향한 변치 않는 신뢰를 강조한다. 그래도 확실한 대안은 생겼다. 만일 고우석이 다음 시즌에도 블론세이브를 반복한다면 필승공식 변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정용은 시즌 내내 등판 타이밍이 일정하지 않았음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롱릴리프로 나섰고 경기 중반에도 급히 투입됐다. LG 중간투수 중 이닝수도 67이닝으로 가장 많다. 류 감독은 이정용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내며 이정용이 양질의 불펜진을 구성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성공 만큼 좌절도 많이 경험한 이정용이다. 고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체구가 작았고 수술까지 겹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했다. 대학교 진학 후 반전을 이뤘으나 프로 입단 첫 해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절망 속에서도 “나는 이렇게 스토리가 있어야 잘 되는 것 같다. 스토리가 없으면 안 된다”라며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정상급 중간투수로 우뚝 솟았다.

아직 정점을 찍지는 않았다. 올시즌에 앞서 “150㎞를 돌파해보겠다”는 과제를 이뤘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8, 149㎞를 찍은 경기도 만들었다. 지금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 150㎞도 가능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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