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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NC 신인 드래프트. | NC 다이노스 제공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명 순번을 고려하면 어려운 드래프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NC가 다채로운 전략을 펼치며 신인을 선택했다. 이례적으로 대졸 선수를 상위라운드에서 지명하는 한편 미완의 사이드암투수, 그리고 완성형 대졸 투수를 9라운드에서 호명했다.

1라운드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지명이었다. 율곡고 이준혁은 드래프트에서 앞서 1라운드 지명이 예상된 상위권 유망주다. 흥미로운 부분은 2라운드다. 지금까지 NC는 좀처럼 상위 라운드에서 대학선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2016 신인 드래프트부터 지난해까지 1차 지명부터 3라운드까지 대학 선수를 선택한 경우는 전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라운드에서 고려대 박동수를 선택했다. NC 민동근 스카우트 팀장은 “규정상 대학선수를 최소 한 명은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라운드 후반에 대학선수를 선택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생각을 조금 다르게 했다. 떠밀리듯 대학선수를 후반에 지명하기 보다는 대학선수도 공격적으로 지명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밝혔다.

물론 박동수의 기량 또한 뛰어나다. 트래킹데이터 업체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에 따르면 박동수는 최고 구속 145㎞의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140㎞까지 찍히는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의 완성도 또한 높다. 세 가지 구종의 릴리스포인트가 흡사해 중간투수로 활용할수 있는 즉시전력감 투수로 평가 받는다. 민 팀장은 “박동수는 고교 3학년부터 대학 4학년까지 5년 동안 지켜본 투수다. 구위는 물론 마운드 위에서 투쟁심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박동수가 즉시전력감이라면 프로젝트성 지명도 있다. 6라운드에서 지명한 충암고 장신 사이드암 투수 이주형을 통해 NC 육성 시스템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만큼 이주형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일단 구위는 아마추어 최고 수준이다. 195㎝ 장신 사이드암 투수가 140㎞ 중반대의 공을 구사해 고교무대를 정복했다. 올해 대통령배와 청룡기 우승을 이끌면서 프로 지명을 예약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음에도 6라운드에서 호명된 이유가 있다. 사이드암 투수로 구력이 짧고 투구 메커닉도 불안하다. 투구시 팔의 회전만 이용하는 인상이 강하다. NC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민 팀장은 “우리는 이주형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고 있다”며 “투구폼이 와일드하지만 그래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큰 경기 경험도 많이 쌓았다”며 “입단 후 메커닉을 수정할 계획이다. 이주형이 메커닉 수정을 통해 더 빠른 공을 던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9라운드에서 지명한 원광대 조민석은 ‘스틸픽’이 될 수 있다. 당초 조민석은 박동수와 함께 대학투수 최고 클래스로 평가받았다. 3라운드, 늦어도 5라운드 이내 지명을 예상한 스카우트도 있었다. 민 팀장은 “우리도 조민석이 앞에서 지명되지 않아 많이 놀랐다”며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조민석의 경우 잘 던진 경기와 못 던진 경기의 차이가 컸다. 그래도 9라운드에서 이 정도 투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대학무대에서는 더이상 보여줄 게 없는 투수다. 패스트볼 최고구속 147㎞, 평균 구속도 140㎞ 초중반대를 찍고 무엇보다 좀처럼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투구수 100개를 넘겼음에도 140㎞ 이상을 유지했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완성도도 높다. 2022 NC 신인 중 가장 먼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지도 모른다.

드래프트는 지명순번이 중요하다. NC처럼 최하위 지명권을 행사하면 2라운드 같은 1라운드, 9라운드 같은 10라운드 지명을 한다. 하지만 지명순번이 낮아도 절묘한 전략을 앞세워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이 그랬다. 두산은 두 번째로 낮은 지명권을 행사했음에도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유희관 등 황금기 주역 선수들을 나란히 획득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0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NC의 지향점도 여기에 있다. 지명순번은 불리했지만 그래서 더 과감하게 선택하며 대반전을 바라보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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