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1열
1일 일본 도쿄도 고토구 도쿄 빅사이트에 있는 2020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내 놓여 있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미라이토와(왼쪽)와 소메이티. 도쿄 |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마스코트 이름? 아, 미라와…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1일 2020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있는 기념품 매장을 들른 기자는 판매 직원의 이 한마디에 황당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계산대에 있던 한 직원이 나와 “마스코트는 ‘미라이토와’ 입니다”라고 머쓱한 표정으로 말한다.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역대 올림픽의 흥미 요소를 더한 마스코트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전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곳에 온 전 세계 취재진도 마스코트 이름이나 특징에 별로 관심이 없다. 3년 전 국내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수호랑’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것과 비교가 된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평창 대회에서 수호랑이 인기를 끌며 인형 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팔려나간 것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1년 미뤄지고 국민의 반감을 사면서 마스코트의 주목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여기에 올해 무관중 올림픽으로 이어지면서 마스코트가 설 자리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기념품 매장 직원이 마스코트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이게 이번 올림픽의 또 다른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는 ‘미라이토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마스코트는 ‘소메이티’다. 미라이토와는 미래를 의미하는 일본어 ‘미라이’와 영원을 의미하는 ‘토와’의 합성어라고 한다. 초능력을 지닌 로봇이다. 소메이티는 벚꽂 종류인 ‘소메이요시노’와 ‘아주 강력한’이란 의미의 ‘소 마이티’의 합성어다. 이런 거창한 뜻을 품은 마스코트가 MPC에서 처량하게 서 있고, 도쿄 시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관중석1열
1일 일본 도쿄도 고토구 도쿄 빅사이트에 있는 2020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내 기념품 가게에 미디어 관계자가 하나둘 모여 있다. 도쿄 | 김용일기자

관중석1열

기념품 매장 풍경도 사뭇 다르다. 3년 전 평창올림픽 땐 평창과 강릉 지역에 대규모 올림픽 공식 스토어인 ‘슈퍼 스토어’를 운영했다. 2314㎡ 면적의 대규모 매장으로 하루 평균 5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도쿄 대회는 코로나19로 연기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100개 지점 가까이 있었는데 지난 3월 기준으로 50개 매장이 폐점했다.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도 있으나, 눈에 띄는 상품도 별로 없다.

MPC 내엔 3~4평 크기의 기념품 매장이 있다. 코로나19 지침과 맞물려 6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기자도 20여 분 대기했다가 입장했다. 그런데 상품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가격대도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대회 기념 볼펜 한 자루가 1100엔(약 1만1500원), 1375엔(약 1만4400원)이나 했다.

관중석1열
메인프레스센터(MPC) 내 기념품 가게. 볼펜 한 자루에 1000엔이 넘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관중석1열

관중석1열

올림픽 마스코트인 ‘미라이토와’ 인형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패럴림픽 ‘소메이티’만 주로 놓였는데 30㎝가 채 되지 않는 인형이 4180엔(약 4만4000원)이나 했다. 평창 수호랑은 비슷한 크기가 2만 원대에 판매됐다.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이 비교적 고가에 형성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빈손으로 매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많았는데, 가뜩이나 외면받는 올림픽의 쓸쓸한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