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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리그 적응 속도를 높이며 머리로도 골 맛을 본 울산 현대 외인 공격수 루카스 힌터제어(30·오스트리아)의 모습을 누구보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건 주장 이청용(33)이다.

힌터제어와 이청용은 지난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보훔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힌터제어는 18골(31경기)을 터뜨리며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썼는데 가장 큰 조력자가 이청용이었다. 키 192㎝로 강한 피지컬을 지닌 힌터제어가 문전에서 중심을 잡았고 이청용이 2선 지역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기회 창출에 이바지했다.

울산은 지난해 K리그1 득점왕(26골) 주니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떠난 뒤 대체자로 힌터제어를 점찍었다. 구단 강화부서에서 다각도로 검토했는데 보훔서 함께 지낸 이청용의 추천도 한몫했다. 그렇게 힌터제어는 커리어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청용은 “힌터제어는 독일에서 뛸 때 감독은 물론 모든 선수가 믿는 선수였다”며 “경미한 부상이 있어도 2~3일 정도 쉬고 경기 하루 전에 회복이 된다면 무조건 선발 출전이었다”고 떠올렸다.

힌터제어는 울산 입단 초반 6경기에서 단 2개의 슛에 그치는 등 존재 가치를 보이지 못했다. 사실 그는 직전 소속팀이던 함부르크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 빠르고 타이트한 수비가 두드러진 K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김지현을 포함해 원톱 공격수의 득점이 없어 애를 태운 울산은 다급했다. 지난해 주니오의 맹활약을 기억하는 다수의 팬도 힌터제어의 침묵에 우려가 많았다.

누구보다 스트레스가 컸던 건 힌터제어 본인이다. 가까이서 그를 바라본 이청용은 “우선 힌터제어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주니오가 잘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기록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얼마나 부담을 느꼈겠느냐”며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리그, 동료와 함께 축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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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루카스 힌터제어(가운데)가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라이벌전에서 전반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힌터제어는 스스로 반전의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 5월1일 광주FC전에서 절묘한 볼 제어로 울산 입단 7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5월19일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에서 통렬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4-2 대승을 견인, 팀이 전북 징크스를 깨는 데 이바지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성남FC와 홈경기에서 전반 윤빛가람의 프리킥 때 문전에서 공 궤적을 따라 정확하게 머리를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도 좋았지만 연계 플레이가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공격 지역으로 향한 4차례를 포함, 13차례 패스를 시도해 100% 성공률을 보였다.

힌터제어의 부활에 이청용도 웃는다. 그는 “처음에 힌터제어가 어려워할 때 (옛 동료로) 눈치도 보였다. ‘내가 알던 힌터제어의 모습이 아닌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를 잘 알기에 믿음이 있었다. 스스로 잘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고 기뻐했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힌터제어. 그는 3년 전처럼 이청용과 시너지를 통해 더욱더 화끈한 골을 터뜨리는 상상을 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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