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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고양=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축구 국가대표 ‘벤투호’가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남기면서 월드컵 최종 예선을 향하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 레바논과 경기에서 2-1 역전승했다. 5승1무(승점 16·골득실 +21)을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를 확정하며 오는 9월부터 펼쳐지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 나서게 됐다.

앞서 레바논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한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황의조를 투톱으로 배치, 최정예 멤버로 구성한 4-1-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A매치 기간 정예 멤버가 손·발을 맞출 기회가 매번 불확실하다. 모처럼 이달 완전체가 돼 월드컵 예선 3연전을 치르는 만큼 최종전까지 최대한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의지였다.

한국은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조 2위를 확정해도 다른 조 2위와 최종 예선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한 레바논(승점 10)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선과 최후방 수비 간격을 좁히면서 밀집 수비를 펼쳤고 역습으로 받아쳤다. 한국은 앞서 지난 5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전(5-0 승)에서는 전반 9분 황의조, 9일 스리랑카전(5-0 승)에서는 전반 14분 김신욱이 각각 이르게 선제골을 터뜨리며 대승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레바논전은 양상이 달랐다. 3연전 중 유일하게 낮 시간대 열린 이날 태극전사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상대 압박에 측면 공격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손흥민 권창훈 등이 개인 전술로 중앙 지역을 공략했으나 역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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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반 12분 만에 2차 예선 첫 실점을 허용했다. 오른쪽 풀백 김문환의 볼 터치 실수가 빌미가 됐다. 레바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재빠르게 공을 낚아채 중앙 지역으로 크로스했다. 한국 수비진이 공중볼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문전에 있던 하산 사드에게 연결됐다. 사드는 우리 수비 등을 진 뒤 절묘한 왼발 터닝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한국으로서는 실수부터 실점 과정까지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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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26분 손흥민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골문을 비우고 달려든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을 시도했다. 공이 골문을 향했는데 레바논 수비수 마헤르 사브라가 골라인을 넘기 직전 재빠르게 오버헤드로 공을 걷어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선수 교체와 공격수의 개인 전술을 통해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보다 빠른 템포로 레바논 수비를 흔든 한국은 후반 6분 손흥민의 코너킥을 송민규가 머리로 연결했는데, 공이 사브라 몸에 맞고 굴절돼 동점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 19분 손흥민의 번뜩이는 드리블을 시작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레바논 수비 견제를 따돌린 뒤 문전으로 전진했고, 오른쪽으로 달려든 남태희에게 연결했다. 남태희가 상대 수비수 요한 오우마리를 제쳤는데, 공이 오우마리 손에 닿으면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주장 손흥민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면서 이날의 결승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득점포를 터뜨린 건 지난 2019년 10월10일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 예선 홈경기 이후 20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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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는 2차 예선을 무패로 마감했지만 레바논전에서 드러났듯 수비에서는 다소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사실 2차 예선 상대는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이어서 수비진의 경쟁력을 제대로 확인할 순 없다. 그럼에도 한국은 김영권과 김민재 두 센터백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둘은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동시에 출격했는데 철통같은 방어와 안정적인 빌드업을 뽐냈다. 그러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이날 레바논전에서는 수비 집중력부터 상대와 일대일 경합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특히 측면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호에서는 홍철, 김문환 등 풀백 요원의 공격 가담이 잦다. 이때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간의 유기적인 커버 등이 전술의 안정을 끌어낸다. 최종 예선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겨루는 만큼 벤투 감독으로서는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여러 대체자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반면 공격은 해외파의 저력을 재확인한 장이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최다골을 작성중인 황의조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물오른 득점포(2골)와 연계 능력으로 ‘붙박이 원톱’임을 증명했다. A대표팀에서 조력자 구실을 하는 손흥민은 존재만으로도 상대의 위협이었다. 여기에 남태희, 권창훈 등 기교파 선수도 벤투호에 어울리는 자원임을 입증했다. 스리랑카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김신욱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플랜B 전술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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