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101010015671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기가인터넷 속도조작 의혹에 휘말려 물의를 빚었던 KT가 이번엔 자사 상품에 대한 직원강매, 대리점 밀어내기 등 편법 영업행위를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선 KT가 편법 영업을 실적 부풀리기(허수경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행위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오랜 적폐라고 꼬집었다.

KT는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A7에 IPTV ‘올레tv’와 LTE 태블릿 기능을 추가한 ‘올레tv탭’을 출시했는데 이를 직원에게 강매하고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 갑질을 하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KT의 영업이익 증가 등 실적 배경에는 직원강매, 일명 ‘자뻑’(직원 명의로 모바일·인터넷·TV 등 접수개통하는 행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20210511_024239
올레tv탭 관련 블라인드 게시물들. 제공 | KT민주동지회

◇ “올레tv탭 대리점 밀어내기 막아주세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 올라 온 게시물에는 ‘올레tv탭’이 출시되자마자 판매 즉시 tv가입자 순증건수로 잡히고 단말기 대금인 35만2000원도 매출실적으로 기록돼 현장 관리자들이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하고 있다는 글이 쏟아졌다. 실제로 ‘올레tv탭 대리점 밀어내기 그만 좀 막아줘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면 ‘대형대리점은 200대 이상, 중소형대리점은 100대 이상 주문하도록 KT대리점을 대상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KT 직원들에게 강제 판매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게시물에는 ‘충남은 이미 직원들 예약접수 백단위로 다 받음, 기계 값 무료로 만드느라 돈은 돈대로 들고 직원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직원할당 판매를 폭로했다. 그 아래 쪽에는 전국의 광역본부 전체가 다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KT민주동지회는 “전사적으로 자행되는 허수경영으로 회사가 망가져 가고 직원들은 강제 할당 판매로 고통받고 있다”며 “올레tv탭 직원 강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자뻑’ 강요에 통신비만 월 50만원 훌쩍

KT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KT M&S 직원 A씨는 “직원강매는 KT의 고질적 문제”라며 “말단 영업사원의 경우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이 기본 3~4개가 넘고 어떤 직원은 본인 명의 인터넷 회선만 10개가 넘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말단 영업사원이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고 했을 때 통신비만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려고 출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0일 출시된 ‘올레tv탭’과 관련해 “관리자가 단체채팅방에 ‘회사에서 돈 걸었으니 무실적 없도록 해라’는 내용을 올렸다”면서 “무실적이 없도록 하라는 것은 무조건 실적을 만들라는 얘기다. 결국 모두 1건씩 이상 판매하라는 사실상의 강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번 상품 외에도 기가인터넷 등 모든 새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자뻑’을 통해 사실상 실적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akaoTalk_20210512_144923703
KT서비스가 상부에 보고한 ‘2021년 5월 올레tv탭 모델 운영 계획’ 문서

◇ KT서비스 “올레tv탭 1건씩, 목표 달성하겠다”

‘올레tv탭’ 직원 강매와 관련한 문서도 등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KT 자회사 KT서비스의 ‘2021년 5월 올레tv탭 모델 운영 계획’이란 제목의 문서를 보면 ‘신규 출시한 올레tv탭을 활용해 MOT 기회발굴 및 KPI 목표 달성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TV 실적 1건(셀프개통 완료기준)’이라고 세부시행 계획이 적혀있다.

KT서비스 직원 B씨는 “이 문서는 KT서비스가 KT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결국 직원들에게 TV 실적을 1건씩 올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직원들의 ‘자뻑’을 통해 실적을 채우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