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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놓인 신발들.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설치미술가 남다현 작가가 이번에는 게스트하우스를 복제했다.

책이나 SNS를 드로잉으로 복제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세탁소 공간을 재현(룬트갤러리)하고 충무로 역을 복제(오!재미동 갤러리)한데 이어 게스트하우스를 베낀 작업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복합전시공간 갤러리요호에서 오는 4월 25일까지 열리는 남다현 개인전 ‘#23’전이다. 작가는 전시장이 전시장으로 사용되기 직전 해외 여러나라 관광객들이 드나들던 게스트하우스였다는 점에 착안해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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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종이로 만든 침대. 앉으면 무너져내린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남다현 작가는 “갤러리요호 공간이 갤러리가 되기 직전 게스트하우스였다가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영업이 종료된 후 갤러리로 바뀌었다. 사라진 게스트하우스를 복제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를 베끼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권 모양으로 디자인된 전시 도록과 비행기 티켓처럼 생긴 전시 초대장을 들고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진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든다. 입구에는 신발들이 어지럽게 놓여있고 식탁에는 지하철 노선도나 관광가이드북, 먹다 만 새우깡이 널려있다. 싱크대 위에는 그릇과 커피믹스, 바나나가 있고, 2층 침대와 세탁기, 화분도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스티로폼이나 종이박스로 일일이 제작한 가짜 물건들이다.

게스트하우스를 그대로 재현한 전시공간을 보고 불법 영업을 시작한 게스트하우스라는 신고가 들어가 관할구청에서 출동한 해프닝이 생겼을 정도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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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작업 앞에 선 남다현 작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남다현 작가는 이처럼 책이나 SNS, 공간을 복제하는 이유는 예술이 아닌 것들을 통해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남다현 작가는 “소화기, 새우깡, 변기 등 평소 우리가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복제해 놓아 예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 개념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오마주해 스티로폼으로 만든 변기를 가져다놓은 것에서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남다현 작가는 “마르셀 뒤샹은 실제 변기를 가져다 전시장에 놓고 ‘샘’이라는 작품 제목을 붙임으로써 실용성을 제거하고 예술에 대한 재해석을 제안했다. 뒤샹의 변기는 기성품이기 때문에 전시장을 나와서 다시 변기로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제 작업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실용성의 기능을 완전히 제거해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더 바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밝혔다.

마르셀 뒤샹의 미술적 의도와 개념까지 복제한 것이 이번 작업의 주제라고 강조한 남다현 작가는 “앞으로도 일상적 제품의 인식전환을 꾀할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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