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작가 작품들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안방극장이 선굵은 남자작가들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한동안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로 주목받았는데 최근 작품들 중 화제를 모으는 것들은 남성 작가들의 것이 두드러지며 관심을 산다.

지난 15일 첫 방송한 KBS2 새 월화극 ‘달이 뜨는 강’이 강렬한 인상을 주며 포문을 열었다.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퓨전사극인데 긴장감 넘치는 전투신부터 중견배우들의 팽팽한 기싸움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대하사극 못지 않은 무게감이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시청률도 첫회 9.4%(닐슨코리아 집계·전국기준)로 시작해 2회 9.7%로 소폭이기는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중심이 된 여주인공 김소현과 아역 배우 허정은은 모두 가녀린 여성미나 앳된 귀여운 매력이 아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극에 일가견이 있는 윤상호 PD와 배우들의 조합도 있지만, 남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은 SBS ‘카이스트’, MBC ‘개와 늑대의 시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각본을 쓰며 이름을 알린 한지훈 작가의 필력에서 나왔다.

화제작으로 떠오른 tvN 월화극 ‘루카 : 더 비기닝’은 KBS2 ‘추노’와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등으로 유명한 천성일 작가가 집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송중기의 복귀작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tvN 새 토일극 ‘빈센조’는 KBS2 ‘굿 닥터’, ‘김과장’, SBS ‘열혈사제’의 박재범 작가가 대본을 쓰면서 또 한 번 히트작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여성 작가들은 특유의 감수성과 디테일, 대사로 시청자들을 유인한다면 남성 작가들은 말 그대로 힘 있는 대본들이 장점이다.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인 드라마를 보다가 묵직하고 웅장한 드라마를 보면 압도되는 면이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여자 남자를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건 좀 위험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여자 작가들이 섬세한 부분이 좋다면 남자 작가들은 서사를 역동적으로 풀어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극을 따라갈 때 시원하고 통쾌한 맛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빈센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박재범 작가는 날카로운 메시지와 위트가 장점인데 연출을 맡은 김희원 PD가 섬세하고 감각적이어서 균형감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남성 작가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장르물이 심리물에서 판타지 액션물, 크리쳐물 등으로 다양해지고 확장되면서 남성 작가들이 특유의 장점이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루카:더 비기닝’이나 ‘빈센조’ 등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사극이 한동안 설 자리를 잃었다가 다시금 부흥기를 맞은 양상과 남성 작가들의 두각이 맞물리고 있기도 하다. ‘달이 뜨는 강’ 전작인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을 비롯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철인왕후’ 등이 남성작가들의 사극이었다. 특히 ‘철인왕후’의 박계옥 작가는 조만간 SBS에서 새로운 사극 ‘조선구마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철인왕후’가 여주인공 신혜선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드라마였다면 감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조선구마사’는 엑소시즘을 소재로 하는 만큼 좀더 남성적인 대본의 힘이 느껴질 전망이다.

한편, 17일 첫 공개된 조승우 박신혜 주연의 JTBC ‘시지프스:the myth’는 이제인-전찬호 부부작가의 작품이어서 이들의 대본은 과연 어떤 다른 힘을 발휘할 지 궁금해진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KBS·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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