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맨2
신세계그룹이 1일 상표출원한 일렉트로스 마스코트 일렉트로맨은 이미 영화 등으로 실사화 움직임이 있었던 터라 야구장에 등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공=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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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이 자리를 채울 자는 설명할 여유가 없다. 그러자 돔구장 건립과 프리에이전트(FA) 싹쓸이 등 인적 물적 인프라 확충을 기대하는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리고 있다. SK에서 신세계로 주인이 바뀌는 ‘인천 야구단’ 얘기다.

지난달 26일 와이번스의 매각 소식이 알려진 뒤 야구계 관심은 온통 ‘신세계그룹이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에 쏠렸다. 새로운 기업이 KBO리그에 뛰어드는 만큼 새 판을 짜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다. 기존 구단이 타성에 젖어, 혹은 자금 여력이 없어 투자에 인색했다면, 후발주자로 뛰어든 신세계가 기존 관행을 깨고 새로운 얘깃거리를 만들어 달라는 아우성이기도 하다. 야구단 창단을 주도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기업 경영에서도 실험과 투자를 마다하지 않은 ‘열혈남’이라 이런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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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카이돔 내부 전경.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러나 야구계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멀쩡한 기업이 갑자기 야구단을 팔았고, 구매한 기업은 ‘유통혁신’을 외쳤다. 과정이야 어쨌든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내비쳤다. 야구단 자체로는 돈벌이가 안되니, 자사 브랜드를 동원한 색다른 방식의 마케팅으로 파급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이 돔구장이든 FA 영입이든 돈을 쓰려면, 1328억원을 투자한 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사업으로 확장할만 한 일말의 가능성이 엿보여야 투자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자사 토지에 돔구장을 지어 복합 스포츠·쇼핑 타운을 만드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구장 건립 등 투자비용으로 5000억원 가량 들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되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가치가 KBO리그에 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기업 논리가 그렇다. 프로야구가 사회공헌사업인 시대는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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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K행복드림 구장의 대형 전광판은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야구단 자체로든, 야구단을 플랫폼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 개발이든 기업의 이윤추구에 보탬이 돼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신세계는 이를 증명해야 한다. 신세계가 유통혁신을 일궈내면 CJ 등 또다른 유통기업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리그 산업화 가능성을 실증하는 셈인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9개구단, 대다수 야구인들은 방관할 게 뻔하다. 야구단 내에서는 그룹에 아쉬운 소리하면 광고비든, 투자금이든 한 시즌 운영할 만 한 자금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나서서 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 두산과 롯데 등이 구단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대출을 하는 시대이지만, 이 돈을 구단이 스스로 벌어서 갚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저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져서, 내수와 수출이 다시 활성화되면, 여기에 팀 성적까지 좋아지면 자연스레 모기업에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KBO리그 구단은 지금까지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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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도 문학구장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팬서비스와 수익창출을 동시에 노렸지만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효과가 미미했다. (스포츠서울 DB)

때문에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이 뛰어 들어 돈을 벌겠다고 나서면 ‘감사합니다’하며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줄 것 같지 않다. 야구계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보로 방관하면, 도전자는 제 풀에 꺾여 의욕을 상실할 수도 있다. 기업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계열사를 안고갈 이유가 없다. 이미 지방 명문 구단이 다각도로 구단 매각을 타진 중이라는 얘기가 재계 곳곳에서 돌고 있다. 과거 구단 운영방식으로는 제2, 제3의 와이번스 사태가 나올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매번 대기업이 인수한다는 보장은 없다.

KBO리그와 야구계는 신세계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돔구장 건립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건, 야구계가 돈 버는 구단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다.

야구팀장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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