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KIA 양현종이 2017 KBO리그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며 통합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리에이전트(FA) 양현종(33)의 바람은 ‘도전할 기회라도 달라’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친 양현종 앞에 드리운 장벽은 만만치 않다. 꿈을 위해 자칫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도전에 나선 양현종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양현종은 지난달 30일 KIA 조계현 단장을 만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집중하겠다”며 FA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FA 신분인데다 이미 두 차례 양현종의 발길을 돌려세운 KIA는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응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변동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양현종의 심정은 ‘무조건 올해 1년간은 미국 무대에서 버텨보겠다’로 압축된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서라도 태평양을 건너 야구 종주국의 프로리그를 경험하겠다는 의지다. 퇴로를 차단한채 오직 전진만 남긴 벼랑끝 전술이다.

[포토] 양현종-김광현-류현진 \'괴물 좌완 3총사\'
양현종, 김광현, 류현진 등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첫 단추는 양현종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에이전트 스포스타즈 최인국 대표는 “1월까지는 별다른 접촉이 없다”고 말했다. 40인 로스터 보장까지 내려놓겠다는 의중을 드러냈지만, 현지 구단의 평가는 냉정하다. 2017년이나 2019년 시즌 성적이라면 모를까 이른바 ‘에이징 커브’를 논할 나이에 7시즌 동안 연평균 180이닝 가량 던진 선발 투수에게 40인 로스터를 보장해줄 팀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수의 상품성을 최우선 요소로 따지는 메이저리그식 선수 평가 방식을 고려하면, 지난해 부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편견을 상쇄할만 한 셀링 포인트를 적확하게 활용해야 실낱같은 희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너더라도 미국 현지 코로나 상황이 변수다.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는 하나 코로나 확진세가 여전히 거세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도 스프링캠프 세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 빅리거들도 2월 10일 이후 출국할 계획인 것을 보면, 캠프 시작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일단 빅리그와 트리플A는 정상 개막한다는 방침이지만,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즌 일정 등에 변수가 있으니 이른바 엑티브 로스터(25인) 이외 순번은 확정이 더딜 수밖에 없다. 트리플A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자칫 개막 이후에도 무적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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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과거 스프링캠프지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미국으로 출국하지 못한채 국내에서 대기할 경우 훈련 장소가 마땅치 않다. 전 소속팀 KIA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시즌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올해는 국내에서 캠프를 치르다보니 모든 선수가 광주와 함평에 분산돼 겨울을 나야 한다. 양현종도 라커룸에서 짐을 빼고 광주 시내 다른 훈련 장소로 옮겼다. 시즌을 준비하는 팀에 폐를 끼칠 수 없다는 배려다. 최 대표는 “예년 같으면 미국으로 넘어가서 훈련시설을 찾으면 되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비자발급 등이 쉽지 않다. 계약하는 구단이 나타나야 출국일자를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연한 기다림만큼 지치는 일도 없다. 늦어도 2월 중순에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야 양현종도 피치를 올릴 수 있다.

팬들은 양현종의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심사숙고했을 양현종의 마음을 생각하면 윌리엄스 감독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거취를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하지만 각 구단의 입장도 있어 가볍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1년을 통째로 날리더라도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양현종의 의지가 험지를 넘어 오아시스를 찾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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