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LG 트윈스 최성훈이 2020년 11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마침내 부상 악몽에서 벗어났다. 늘 프로 입단 첫 해였던 2012년에 갇혔다가 8년 만에 시즌을 완주했다. LG 왼손투수 최성훈(32)이 유의미했던 2020년을 돌아보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첫 시즌은 강렬했다. 2012년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로부터 즉시전력감 판정을 받았던 최성훈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임무를 완수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한화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여 승리투수가 됐고 후반기에는 불펜진에 합류해 위기 상황을 극복했다. 체구는 작지만 과감한 몸쪽 승부와 크게 떨어지는 커브, 슬라이더를 조합해 당차게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그러나 이후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7년과 2018년 중간투수로 활약하다가도 무릎 혹은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19년에는 투구 메커닉에 변화를 줬다가 1군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최성훈은 “야구가 정말 안 됐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훈련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천에서 재활하며 꾸준히 공을 던졌다. 함께 했던 경헌호 코치님, 김광삼 코치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지난해 첫 한 달도 2군에 있었는데 코치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코치님들 덕분에 지난해 일 년 동안 아프지 않고 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야구에서 가장 평가가 박한 게 중간투수다. 리드 혹은 동점 상황에서 나오는 중간투수는 특히 그렇다. 잘 해야 본전, 못하면 비난을 한 몸에 받는다. 게다가 중간에서 나오는 왼손투수들은 늘 나성범, 오재일, 김재환, 김현수, 최형우, 손아섭, 강백호 등과 마주한다. 최성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장 많이 상대한 타자가 김재환, 강백호, 그리고 MVP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김재환을 상대로 7타수 1안타로 선전한 최성훈은 “구단 전체적으로 경기에 접근하는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코치님들과 담당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분석 자료를 주신다. 타자마다 어떻게 상대하는 게 좋은지 자료를 통해 알고 이를 많이 참고했다. (유)강남이 리드도 워낙 좋아서 리드대로 제구되면 늘 결과도 좋았다”고 밝혔다. 투구 내적으로는 “구종을 다양하게 하기 보다는 정확하게 던지는 데에 초첨을 맞췄다. 슬라이더 각이 커진 만큼 슬라이더 위주로 왼손타자를 잡다가 이따금씩 빠른 공으로 빈틈을 노렸다”고 돌아봤다.

동시에 보완점도 느꼈다. “아무래도 왼손 타자와 많이 상대하니까 바깥쪽 슬라이더에 의존할 때가 많다.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고 스트라이크가 되면 경기를 풀기 수월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볼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고 볼넷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며 “늘 움직이는 공에 대한 미련이 있다. 캠프마다 투심 패스트볼 장착을 목표로 삼았는데 한 번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보니 빠른 카운트에 승부할 수 있는 공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꼭 투심을 장착하고 싶다. 코치님들과 상의해서 올해는 꼭 투심을 무기로 삼고 싶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입단 10년차, 고교졸업 후 프로 입단한 동기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14년차다. 현재 선수협 제주도 캠프에서 땀흘리고 있는 최성훈은 “돌아보니 2012년 LG에 입단한 선수 중 나 혼자 남았다. 나도 앞으로 야구를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훈련하고 있다. 오랜만에 완주를 했는데 이제 다시 시작이고 경쟁이다. 살아남아서 1군에서 많이 뛰고 싶다.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항상 신경써주는 아내에게 보답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 포스트시즌에서도 웃을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