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민
올 겨울 울산현대에 입단한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이 18일 동계 1차훈련지인 경남 통영에 있는 숙소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제공 | 울산 현대

[통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울산행은 내 운명, 전주성 원정 나도 기대돼.”

그야말로 ‘깜짝 이적’이었다. 올겨울 전북 현대를 떠나 ‘현대가 라이벌’ 울산 현대에 입단한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36)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산의 1차 동계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18일 숙소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라이벌팀 이적에 대해 가감 없이 말했다. 신형민은 “전북에서 뛰면서 당연히 울산으로 간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홍명보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라고 웃었다.

지난 200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한 신형민은 2012년 아랍에미리트 알 자지라SC로 이적했다. 그러다가 2014년 전북에 합류했고 경찰청(2015~2016) 군 복무 시절을 포함해 ‘녹색 군단’의 일원으로 뛰었다. 특히 2017년 주장 완장을 달고 팀의 리더 구실을 하면서 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후 전북은 지난해까지 K리그 최초 리그 4연패를 달성했는데, 신형민은 2019년까지 주전으로 뛰면서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해 말 전북과 재계약이 불발된 뒤 중국 베이징 런허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계약이 취소됐다. 그리고 전북으로 복귀해 6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으나 더는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그에게 다가간 건 ‘우승 경쟁 팀’ 울산이었다. 홍 감독은 선수단 리더 구실을 하고, 리그 우승 경험을 지닌 베테랑 미드필더를 찾다가 신형민을 낙점했다. 아직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홍 감독은 “확실히 신형민은 훈련 자세부터 다르더라. 여러 면에서 솔선수범하고 훈련 중 ‘파이팅’을 외치면서 후배들을 독려한다”고 만족해했다. 이에 대해 신형민은 “나의 가치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하다.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도 신형민의 울산행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울산에서 얘기가 나왔다. 전북 선수들도 내가 FA여서 행선지를 물어보곤 했는데 처음엔 얘기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울산은 신형민의 프로 데뷔 팀인 포항의 ‘동해안 라이벌’팀이기도 하다. 그는 “울산 입단이 확정된 뒤 김기동 감독께도 전화를 걸었다. 김 감독께서 ‘내가 명보 형한테 말하긴 좀 그렇다’며 ‘동해안 더비할 때 져 달라’고 농담하시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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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시절 신형민의 모습.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흔히 ‘우승 DNA’를 지녔다는 전북 출신 선수인 만큼 홍 감독과 코치진은 팀 내에 신형민의 좋은 기운이 퍼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전북을 넘어야만 리그 우승에 다가설 수 있는 만큼 ‘전북을 잘 아는’ 신형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는 “전북은 모든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여긴다. 목표 설정이나 의식 자체가 아예 다른 팀과 다르다. 실제 시즌 내내 그 목표만 생각하면서 이뤄내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우승 DNA)가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은 지난 3년간 리그에서 매우 잘했지만 전북만 만나면 무너졌다. 솔직히 상대 팀으로 뛸 때 울산 선수들이 약간 주눅이 들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술적으로도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형민은 이런 점을 울산 선수들과 공유하면서 모든 역량을 그라운드에 녹이는 데 조력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형민은 “전북에서 포항 원정을 처음갔을 때 감회가 새로웠던 적이 있다. 울산 소속으로 공교롭게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하는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울산 팬과 전북 팬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했다. 신형민은 “전북 팬에겐 5시즌 동안 너무나 큰 사랑주셔서 감사하고 잊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롭게 만난 울산 팬에겐 16년째 도전하는 리그 우승, 반드시 해낼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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