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김하성의 홈런에 밝게 우슨 이정후
키움 김하성이 2020년 7월 14일 고척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전에서 역전 솔로포를 치고 이정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괜히 꿈의 무대가 아니다. 세계 최고 리그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 40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해도 공수주 두루 뛰어나고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빅리그 트렌드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ML) 외야 벽을 넘지 못한 김재환, 나성범과 이정후(23)의 3년 후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장타력만 앞세워서는 힘들다는 게 증명됐다. 김재환은 지난 겨울, 나성범은 이번 겨울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도전했지만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둘다 홈런 만큼 삼진이 많고 코너 외야로 포지션이 한정된 왼손거포다. 4년 전 빅리그 보장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유턴한 에릭 테임즈보다 기동력이 떨어지고 테임즈처럼 꾸준히 볼넷을 기록하지 못했다. 거포로 빅리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테임즈처럼 어느정도 선구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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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이정후는 거포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즉 빅리그를 향해 걷는 길도 김재환·나성범과 다르다. 프로 입단 첫 해인 2017년 고교시절 포지션이었던 유격수가 아닌 외야수로 전향해 중견수를 맡았고 리드오프가 됐다. 당시만 해도 전형적인 교타자였는데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선구안 만큼은 특급이었다. 막 프로에 입단한 타자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뚜렷히 설정한 채 꾸준히 출루했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삼진 67개·볼넷 60개, 삼진 58개·볼넷 42개로 수준급 비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삼진 40개·볼넷 45개, 삼진 47개 볼넷 59개로 삼진보다 볼넷이 많아졌다. 일찌감치 완성된 선구안을 바탕으로 투수와 수싸움도 향상되면서 무결점에 가까운 타자가 된 것이다.

더불어 장타력도 큰 폭으로 향상됐다. 겨울마다 부상으로 인해 재활에 매진했지만 지난 겨울에는 부상없이 정상적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장타를 과제삼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렸고 타격 포인트도 점점 더 앞으로 가져가고 있다. 1년차에 2개, 2·3년차에 6개였던 홈런이 4년차에 15개로 크게 늘었다. 장타율 0.524로 처음으로 0.500의 벽을 넘었고 2루타 49개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2루타 신기록을 세웠다. 말하는대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이정후다.

[포토]홈런의 기쁨을 나누는 이정후와 김하성
키움 이정후가 2020년 5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의 경기에서 2점 홈런을 친 뒤 김하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4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주력도 수준급이며 포지션 제약도 없다. 외야 세 자리를 모두 소화하는 것과 더불어 2019년부터는 3번 타순에서, 2020년에는 4번 타순에서 해결사 능력을 증명했다. 김하성처럼 만 25세까지 30홈런 고지를 밟으면 장타력도 빅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류현진처럼 만 26세를 앞둔 2023년 12월 빅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고 최전성기를 세계 최고 무대에서 보내는 청사진을 기대할만 하다.

김하성이 빅리그 구단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샌디에이고와 연평균 700만 달러(약 76억5000만원) 계약을 맺은 비결은 젊은 나이와 다재다능함이다. 이정후는 4년 전부터 김하성과 룸메이트를 이루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예비 빅리거와 호흡해왔다.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는 유격수는 아니지만 이정후 또한 외야 세 자리가 모두 가능한 5툴 플레이어다. 김하성처럼 3년 후 부쩍 성장한 이정후를 두고 빅리그 구단들이 치열한 영입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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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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