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LG시그니처
LG전자의 초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 4종. 65인치 OLED TV를 포함한 이 4개 제품의 가격은 2500만원이 넘는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얼마 전 결혼한 새댁 조은주 씨(32세)는 결혼 전 혼수가전을 구매하러 여러 매장을 다니다 가격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드는 제품들의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밥솥, 청소기 등에 7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생각했지만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은 진열대 끄트머리에 놓여 있는 제품이어서 이내 한숨이 나왔다.

조 씨는 “그래도 신혼살림인데...첫 보금자리를 꾸미는 제품인데 어느 정도 좋은 제품을 사고 싶었다”면서 예산을 1000만원으로 늘려 제품을 구입했다.

물론 저렴한 제품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싼 제품들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혼수가전을 구입하기 전 들러 본 매장 대부분이 프리미엄 급 제품들 위주로 제품을 전시해놔, 저렴한 제품을 찾다 보면 매장 구석에 초라하게 있는 제품들 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혼수가전을 알아보러 왔다고 하면 직원들도 최신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대한 소개를 뺴놓지 않는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위의 프리미엄’이라는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다. OLED TV와 냉장고, 트윈워시 세탁기, 공기청정기로 구성된 이 4개 제품이 가격은 자그마치 2500만원이 넘는다. 기능도, 디자인도 확연히 차이 나는 제품이지만 너무 비싸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조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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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진열된 냉장고 중 절반 이상이 3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냉장고 가격 인상은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제품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급 제품은 ‘9000’ 시리즈로 표시된다. 노트북도, TV도, 냉장고와 세탁기도 9000 시리즈가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도 이 9000 시리즈를 넘어서는 프리미엄 제품의 출시를 늘리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지펠 T9000 시리즈와 푸드쇼케이스 시리즈도 중상위 급 모델이지만 삼성전자는 한 단계 더 고급 모델을 지향한 ‘셰프컬렉션’을 출시했다. 셰프컬렉션 냉장고의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적용해도 500만~700만원에 달한다.

에어컨의 가격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무풍에어컨(Q9500 시리즈)은 옵션과 구성에 따라 상이하지만 299만원부터 579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거실에 설치하는 스탠드형과 방에 설치하는 벽걸이형을 조합한 ‘투인원(2 in 1)’ 시스템을 설치하면 최소 200만원~300만원의 비용이 지불된다.

세탁기도 상당한 초고가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드럼세탁기라면 100만원이 넘어간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애드워시와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로, 특히 트윈워시 세탁기는 200만원이 넘는다.

혼수가전의 필수품인 전기밥솥과 청소기도 빠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쿠쿠전자와 쿠젠의 프리미엄 밥솥은 70만원대에 육박하며, 신혼부부의 눈에 드는 예쁘고 기능이 좋은 제품은 50만원이 넘는다. 청소기 역시 무선청소기의 인기가 커지면서 최소 30만원 내외부터 고가의 다이슨 제품의 경우 60만~7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쿠첸 전기밥솥
스마트 기능을 강조하는 전기밥솥이 출시되면서 밥솥의 가격도 50만원~7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무선청소기
신혼주부들이 선호하는 무선청소기의 경우 최소 30만원 이상, 가장 인기 있는 다이슨 제품의 경우 70만원대에 달한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TV의 경우 지금은 대부분 풀HD 수준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조만간 UHD(3840x2160의 해상도를 제공하는 TV, 풀HD보다 4배 더 해상도가 높다) 해상도를 지원하는 콘텐츠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UHD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화면 크기가 작으면 효과가 반감돼 업체에서는 최소 55인치 이상의 UHD TV를 구매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저렴한 TV를 사려고 하다가도 “조만간 UHD 지상파 방송을 시작하니 UHD TV를 사는 것이 좋다”는 직원들의 권유에 계획에 없던 UHD TV를 사는 이들도 많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기에 보급형 모델로는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고 말한다. 또 기술력 과시를 위해 프리미엄급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판매하는 주요 제품 중 상당수가 프리미엄급 제품이어서 저렴한 제품을 찾기가 힘든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 모두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되고 있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알고 찾기가 너무도 어려운 구조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강조하는 프리미엄 제품들 위주로 혼수가전을 구입할 경우 그 비용이 2000만원대 후반~3000만원대 초반에 이를 정도다. 해가 갈수록 가전제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해 1000만원으로 혼수가전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 씨는 “기분 좋게 구입하러 간 매장에서 고가 모델들이 넘쳐나 스스로가 위축됐고 초라해졌다”면서 “좋은 제품, 값비싼 제품도 좋지만 알뜰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도 눈에 띄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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