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하루아침에 결정한 일은 아니었다. 시즌 첫 10경기 8승2패 고공 질주 후 5연패. 승리보다 패배가 많아진 4월 중순부터 사령탑은 사퇴 조짐을 보였다. 정식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전한 건 5월23일 팀이 올시즌 첫 최하위로 추락한 시점이었지만 그전부터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을 예고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27일 팀을 떠났다. 최 감독은 지난 26일 인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후 박찬혁 대표이사, 손혁 단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자진 사퇴를 수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표이사는 최 감독의 자진 사퇴를 수용한 후 본인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한화는 초유의 시즌 중 대표이사·감독 동반 자진 사퇴가 벌어졌다.

기대가 큰 만큼 고통도 컸다. 류현진과 안치홍을 영입하며 올시즌 5강 후보로 꼽힌 한화다. 구단 또한 ‘달라진 우리’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리빌딩 종료’도 외치면서 암흑기를 청산하고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내다봤다.

그러나 시즌 첫 51경기 결과는 21승 29패 1무. 지난 23일 대전 LG전에서는 19승 29패 1무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후 두 경기에서 승리해 8위가 됐지만 최 감독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4월에도 많이 힘들다고 하셨다. 사퇴 의사를 본격적으로 전한 것은 23일인데 그전에도 그런 느낌을 보이셨다”면서 “감독님이 23일 사퇴 의사를 전했을 때는 대표님께서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고 하셨다. 그러다 어제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때 대표님, 단장님, 감독님이 한자리에 계셨다. 세 분이 면담하다가 최종적으로 자진 사퇴를 수락하셨다. 대표님 또한 책임을 현장에만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고 같이 사퇴하기로 결정하셨다”고 전했다.

박 대표이사의 자진 사퇴도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대표님께서 작년 연말부터 올해는 우리가 3년 동안 준비한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라고 하셨다. 반드시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이뤄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하셨다”며 “만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대표님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말씀도 몇 번 하셨다”고 밝혔다.

박 대표이사는 2020년 11월 한화 구단 총책임자로 임명됐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리빌딩을 구상했고 올해부터 도약을 계획했다. 새로운 구장을 맞이하는 2025년에는 ‘한화 시대’를 열 것을 내다봤다. 이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를 영입했다. 지난 2월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류현진 복귀까지 성사되면서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로 2024시즌 시작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구단 책임자가 동시에 직함을 내려놓게 됐다. 손혁 단장 또한 26일 박 대표이사, 최 감독과 함께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감독 선임과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사안이 있어 팀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단장님도 책임을 통감하며 사장님, 감독님과 함께 한다는 의사를 전하셨다. 그렇지만 이 상황을 수습할 누군가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팀에 남게 되셨다”며 “단장님께서 새 감독 선임과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인 선수 교체 등을 지휘하신다. 현장은 새 감독 선임에 앞서 정경배 수석 코치님께서 감독 대행으로 선수들을 지휘하신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대체자 영입 과정 막바지에 있다. 우투수 하이메 바리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이르면 28일 계약이 마무리될 수 있다. 손 단장은 바리아 영입을 진행하고 새 감독 면접을 지휘할 계획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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