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오만하달까. 선두 경쟁에 뛰어든 두산이 ‘1선발’ 라울 알칸타라(32)의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확신이 없어 고심이 깊어진다.

알칸타라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35일 만의 마운드 복귀였는데 3.1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포함해 안타 4개와 4사구 4개로 5실점했다.

최고구속은 시속 154㎞까지 측정됐지만, 구위도 예리함도 보이지 않았다. 타자 18명을 상대하며 78개를 던졌다. 볼에 타자가 반응한 것을 포함해 스트라이크는 46개였다.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한 건 올시즌 처음이다. KBO리그에 데뷔한 2019년 이래 국내에서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하고 강판했다. “몸상태가 좋다”는 말을 믿고 예열없이 복귀전을 허락한 두산 이승엽 감독의 표정도 잔뜩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알칸타라는 국내에서 세 군데 병원을 찾아 검진했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굳이 미국에 있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가서 검진했고, 같은 결과를 받았다.

귀국 후에도 불편함을 호소해 복귀 일정을 구체화하지 못했는데, 지난 22일 잠실 SSG전을 앞두고 불펜에서 42개를 던졌다.

한 달가량 쉬었으므로 라이브피칭이나 퓨처스리그 등판 등으로 감각을 점검해야 했는데 “몸상태가 좋다. 준비됐다”는 말을 믿고 이날 1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알칸타라가 통증을 호소한 지난달 25일 7위에 머물던 두산은 1선발 부재 속 치른 26경기에서 18승(2무6패)을 따내며 선두와 승차없는 2위로 약진했다. 알칸타라의 복귀가 두산 진격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유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우려했던 감각 저하가 5실점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 특히 나성범, 최형우에게 홈런을 내준 포크볼은 빠르게 강하게 떨어지지 않고 밀려들어 가는 게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공을 강하게 채는 느낌도, 피칭터널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투구로 팀 타율 1위(0.290·25일 현재) 팀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시즌을 치르면서 구위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지만, 통증이 재발할 수도 있다. 외국인 시장에 쓸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게 ‘믿음’의 이유여서는 곤란하다.

에이스가 화려한 복귀를 선언하는 것만큼 멋진 그림도 없다. 칭호를 받는 팀 주축 투수를 예우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34일간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잠시 미뤄두는 게 합당하다. 시즌 초반이지만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고, 1위팀과 직접 상대하는 데 경기를 내어준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사령탑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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