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황성빈 효과’다. 롯데가 8연패 후 3연승으로 탈꼴찌를 이뤘다. 중심에는 하루 3개 홈런을 몰아친 황성빈(27)이 있다.

‘태도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선발 출장한 4경기에서 17타수 9안타(타율 0.529·3홈런) 7타점 2도루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황성빈은 처음 1군에 올라온 2022년 10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4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7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2로 고전했다. 올해 시작도 주전이 아닌 백업이었다.

기회는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찾아왔다. 지난 1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성빈이도 한번 써봐야 하는데…”라며 스치듯 말했다. 이날 2번 타자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만 해도 궁여지책이었다.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를 1회말부터 흔들었다. 우전 안타 뒤 2루를 훔쳤다. 빅터 레이예스의 내야안타에 빠른 다리를 활용해 3루를 지나 홈을 밟았다. 3회말에도 우전 안타를 이어갔다. 견제 후 공이 빠진 틈을 타 2루까지 진루했다.

3회가 끝난 후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켈리가 욕설을 뱉었다. 앞서 타석에서 파울 타구를 친 뒤 천천히 걸어온 걸 문제 삼았다. KIA 투수 양현종에게 한 스킵 동작까지 겹쳐 ‘비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KT와 더블헤더가 열린 21일에는 사직구장을 뒤집었다. 홈런 3개를 쏘아 올렸다. 3년 동안 통산 홈런 1개 타자의 대반전이었다.

막힌 혈을 뚫었다. 더블헤더 1차전, 1회부터 홈런이 터졌다. 상대는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 지난해 홈런 4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투수다. 시속 146㎞ 하이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솔로포를 만들었다. 두 번째 홈런은 2-3으로 뒤지고 있던 5회말, 체인지업을 받아쳐 나왔다.

세 번째 홈런엔 모두가 넋을 잃었다. 더블헤더 2차전 5회말 KT 선발 엄상백이 던진 체인지업을 당겨쳐 ‘홈런쇼’를 완성했다. 외야 관중석을 향해 오른손 검지를 번쩍 치켜세웠다. 베이스를 도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가득했다.

경기 후 서러움에 눈물이 터졌다. “황성빈”을 외치는 팬들 앞에 시뻘게진 눈으로 섰다. 그는 “내가 친 홈런 타구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미운 오리 새끼’로 보였던 황성빈이 위기에 처한 롯데를 구원했다. 진짜 반등을 이룬다면, 황성빈의 홈런 세 개가 거대한 발판이 될 것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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