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일시적인 부진일 수 있다. 섣부르게 변화를 줬다가 결국에는 ‘도로 아미타불’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6개월 144경기를 소화하는 장기 레이스다. 즉 상황에 따른 계획 수정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통합우승 영광과 거리를 둘 시간이 찾아온 LG다.

초안은 유지였다. 야수진이 특히 그랬다. 베스트9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만큼 지난해 한국시리즈(KS)와 거의 같은 라인업을 펼쳤다. 1·2번 타자의 자리만 바뀌었을 뿐 개막전부터 29년 한풀이에 성공했던 라인업을 가동했다.

늘 그랬듯 야구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공략했고 지난 7일 잠실 KT전에서 16점을 뽑았을 때만 해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2023 통합 우승 저력이 고스란히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주 6경기에서 타격 지표가 수직 하락했다. 팀 타율 0.265로 이 기간 7위. 보다 심각한 부분은 득점권 빈타로 인해 쌓인 잔루다. 득점권 타율 0.156에 그치며 잔루 59개를 기록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선발진, 이탈 자원이 많은 불펜진을 타선을 앞세워 극복하려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6경기 동안 19득점에 그쳤고 1승 5패로 고전했다. 유일하게 승리한 경기도 최종 스코어는 2-1이었다.

시즌 전적 9승 10패 1무. 지난해 개막전 이후 첫 승률 5할 이하가 됐다. 범위를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으로 넓히면 2019년 4월10일 7승 8패 이후 처음이다. 매달 승패마진 플러스 5를 목표로 뒀는데 4월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다.

과거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지난 14일 개막 이후 가장 큰 라인업 변화를 단행했다. 8번 타순에 고정됐던 문성주가 2번 타순으로 올라갔다. 이례적으로 수비와 주루가 흔들린 오지환은 휴식, 구본혁이 유격수로 출전했다.

더불어 포수와 1루수, 그리고 대타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었던 2년차 신예 김범석이 존재감을 뽐냈다. 김범석은 14일 잠실 두산전 7회초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날렸다. 올해 1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했고 7회말과 8회말에는 포수 마스크를 썼다.

구본혁과 김범석 모두 지난해 우승 주역은 아니다. 구본혁은 상무에서 군복무에 임했고 김범석은 KS 엔트리에 이름은 올렸으나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일찍이 승리가 확정된 KS 4차전에서만 그라운드를 밟았다.

영원한 주전도, 영원한 후보도 없다. 구본혁의 경우 이미 대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지난 14일까지 타율 0.478(23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김범석도 타격 재능에 있어서는 첫손가락에 꼽힌다. 어쩌면 이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팀의 반등을 이끌 수 있다.

변화의 물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44(27타수 12안타)로 활약한 외야수 안익훈도 16일 잠실에 합류했다. 국가대표 외야진을 자랑하는 LG지만 팀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름값은 큰 의미가 없다. 안익훈도 지난해 KS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출전은 김범석처럼 KS 4차전에 그친 바 있다.

야구는 늘 흐름이 요동친다. 한 경기, 3연전, 일주일, 한 달 간격으로 계속 흐름이 바뀐다. 의도한 흐름이면 성공이지만, 의도치 않은 흐름이면 실패다. 의도치 않은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LG가 반등을 바라보며 변화에 돌입했다. 선발진 또한 이번 주 1군에서 임찬규, 2군에서 김윤식을 바라본 후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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