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언론계에는 ‘무리하면 사고난다’는 말이 있다. 취재가 덜됐거나, 사실확인 과정에 뉴스가치가 사라졌는데 무리해서 뉴스화하면 오보를 양산한다는 의미다. 무리하면 사고나는 게 비단 언론계에만 적용되는 말이겠는가. 야구계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동 볼판정 시스템(ABS) 때문에 리그가 발칵 뒤집어졌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 역시 “초반 혼선은 불가피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십수 차례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이사회(사장회의)를 거쳐 의결된 사안인데 실수 연발이다. “판정 불신에 팽배해 심판들이 견디지를 못한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리그 구성원인 심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도입했다”던 허 총재의 ‘쉴드’는 “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라는 심판조장의 ‘조작지시’로 허무하게 뚫렸다.

현장은 현장대로 “못믿겠다”고 성토한다. 팀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악에 받쳐 소리지르는 풍경도 보인다. “이사진이 야구를 뭘 아느냐. 현장에 한 번이라도 물어봤느냐”는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할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구단 대표이사에 대한 불신이자 내부 소통 부재를 실토하는, 실소가 터져나오게 하는 발언이다. KBO도 현장도 눈과 귀를 막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는 콘텐츠다. 국민 여가선용처럼 구시대적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10구단 체제 최소경기 100만관중을 돌파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야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상업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사람의 눈을 끌어야 재화가 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도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콘텐츠가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태생적 특성, 그러니까 본질은 훼손하면 안된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치고 던지고 받고 달려서, 직접 득점하는 종목이다. 판정도 사람의 눈에 의존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수많은 실수는 그 자체로 얘깃거리가 된다. 눈앞의 1승, 올시즌 성적이 날아갈 수도 있지만, 이런 얘기들이 쌓여 새로운 팬을 유입한다. ‘낭만’으로 부를 수도, ‘아날로그’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지만, 야구의 본질은 사람이다.

기술이 좋아져서, 부정행위를 없애기 위해서 기계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자기 영역을 기계에 빼앗긴 집단은 역설적으로 기계에 의존하며 책임회피하기 급급하다.

대충 판정하고 비디오로 다시보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게 시즌 초반부터 꽤 자주 보인다. 책임감은 찾아볼 수도 없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뱉어내는 것도 기계탓으로 돌리겠다는 의중이 이미 고착했다는 방증이다.

현장은 현장대로 눈앞의 1승이 본질보다 중요하다. 냉정히말해 KBO를 포함한 10개구단 구성원 전체가 야구발전이나 산업화 따위에 관심없다.

KBO를 포함한 행정 파트는 ‘무탈하게 하루를 마치는 것’에 현장은 ‘눈앞의 1승’에만 온신경을 집중한다. 공정이니 투명이니 언급하는 건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은 행동이다. 40년 넘게 변하지 않은 KBO리그의 민낯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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