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선배가 15년전에 강남 압구정 아파트를 샀다. 22평이었는데, 7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그 선배는 빚을 내 구입했는데, 주변 반응은 두가지였다.
“강남에 아파트를 사다니!” 또는 “빚까지 내서 사야해?”였다.
그러나 경상도 출신의 그 선배는 강남에 꼭 집을 마련하고 싶어했고, 강남불패를 믿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맞았다.
지금 그 집을 사려면, 20억원이 훌쩍 넘는다. 과연 살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은 어렵다. 소득이 오른 것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강남, 또는 서울(수도권)의 집 한 채를 희망한다.
그나마 희소식(?)은 지난해부터 주택 가격이 내림세라는 점. 가격은 내려가는데 수요도 줄고 있다.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신호다.
더불어 건설경기도 좋지 않다. 서울 청담동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연장 거부사례가 나오는 등 전국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건설경기가 경색되고 아파트 미분양이 나오는 상황인데, 곧 총선(4월10일)이다. 총선 이후 집값이 어떻게 될까. 총선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분기점이다.
그런데 집값은 아수라 백작처럼 이중적이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길 바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집값이 내려가길 바란다. 현 정부는 폭등한 집값을 잡겠다고 정권을 잡았는데 집값이 내려가면 표를 잃는다.
양 극단의 중간 어디쯤에서 집값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가격은 내려갈 확률이 높다. 그동안 많이 올랐다는게 첫번째 이유다. 올라갔으면 내려가는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매매의 순환고리가 끊기고 있다. 젊은 층보다 고령 세대가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집을 내놓으면 청년층이 사는 구조인데, 청년들이 집을 사지 못한다. 비싸기 때문이다. 공급은 늘고 수요가 줄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에 사는 고령 세대의 경우, 소득이 줄면 집을 팔고 강북이나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또한 가격하락의 상징적 요인이다.
일각에선 건설사의 신규물량에 따라 가격변동이 있을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신규물량은 25만채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수가 2000만채가 넘고 그중 아파트가 절반을 넘는다. 신규물량이라고 해봤자 기존 아파트의 0.025%도 안된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못끼친다는 의미다.
물론 서울의 특정 지역은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그런 곳은 몇군데 되지 않는다.
그래서 총선 이후, 여·야가 바뀌지 않는 한 아파트 가격은 내려간다고 보는게 합당하다. 그렇다면 하향세는 언제까지 지속되는 거고, 언제 집을 사는게 좋을까.
공급과 수요가 맞는 지점이다. 즉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데 매물양도 증가할 때라고 할 수 있다. 하향세가 지속하면 실거주자 외 투자매물은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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