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과일’로 사과 수요 분산 언제까지?

수입 과일 대폭 수입, 생산 기반 무너질수도

[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정부가 ‘금사과’ 사태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시도하는 등 비상 수혈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과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취지다.

이에 소매가는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최근 하락세다. 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과 유통업계 할인 행사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도매가격은 여전히 평년보다 두 배 높게 유지되고 있어, 가격 안정화까진 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물가 인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투입 이후 하락세를 끌어냈지만, 농작물 수급 불안을 해소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가격 내리긴 내렸는데, ‘꿩 대신 닭’ 언제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4250원으로 일주일 전인 15일보다 11.6% 내렸다.

정부는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755억원)과 할인 지원(450억원) 등에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 자금을 지난 18일부터 추가 투입하기 시작했다.

배(신고·상품) 10개 소매 가격도 3만9312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3.4% 하락했다. 토마토(상품) 1kg 소매 가격은 7107원으로 12.9% 내렸고 딸기(상품) 100g 소매가는 1303원으로 6.1% 하락했다. 참다래(국산·상품) 10개 소매가는 1만228원으로 2.8% 내렸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치솟는 과일값을 안정시키자 국내 대형마트도 체리, 키위, 망고스틴,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을 판매해 ‘금사과’ 수요를 분산시켰다.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소비자 물가 안정’ 명분과 압박에 타의로 정부 보폭에 맞추는 모양새다. 이들은 일일 단위로 산지 시세를 확인하고, 자체 이윤(마진)을 줄이는 등 과일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어 정부는 24종인 관세 인하 품목에 ‘체리·키위·망고스틴’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해당 품목 물량을 늘렸다.

특히 수입산 과일이 국내산 과일 대체재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량은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오렌지 수입량은 996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4339t)증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주재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사과·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수입 과일·농산물·가공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풀겠다”며 1단계로 체리·키위 등을 바로 추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꿩 대신 닭’ 긴급 대비책이 지속되면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농민들은 금사과 대체 사태가 양파, 마늘 등으로 품목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 중이다.

또 정부가 지난 6일 농산물 납품단가 인하에 204억원, 농산물 할인에 230억원을 각각 투입하겠다는 발표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의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대파 논란’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로마트에서는 대파 하락세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양재점 이외에도 다수의 하나로마트로 이어져 곧 국내 대형마트, 전통시장에서도 확대 적용될 여지가 있다.

고물가 민생고에 윤 대통령의 “합리적” 대파발언은 결국 가격 인하를 부채질하고, 이에 대한 피해와 고통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

◇ 총선 전까지 유통업계 압박할 듯…‘품종 개발’ 서둘러야

올해 농산물 가격 강세는 지난해 기상 재해 여파에 따른 영향이 크다. 사과와 배 등 과일의 경우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잦은 호우 등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30.3%, 26.8% 각각 줄었고 비정형과(못난이 과일) 생산이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 성수기에 물가 안정을 위해 사과와 배의 시장 공급량을 늘려 설 이후 저장 물량이 다소 부족해진 측면도 있다.

또 지난달 일조량 부족으로 참외와 토마토 등 과채 생산이 줄어 과일 수요가 충분히 분산되지 못했다.

이에 기후 변화에도 안정적인 과일 생산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과일 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이 나오는 상황이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품종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하고 계약 재배 물량 확대와 수매 비축 등 채소류 쪽에서 주로 하는 수급 대책을 과일류에서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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