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체육정책과 관련해 주무 부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립 구도를 보인 이기흥(68) 대한체육회장이 처음으로 ‘접점’ 발언에 이어 정부 조직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추진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터벌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대화의 창을 열면서도 발묘조장(拔苗助長·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의 지혜로 체육 현안에 관심 있는 이들이 추진안을 공감하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이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체육회장실에서 진행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당장) 바라는 건 (문체부)장관의 사과와 관계자 문책, 재발 방지 약속”이라며 “국가스포츠위원회 등 주요 어젠다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므로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렵다. 단기, 중기, 장기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계가 바라는 국가스포츠위원회는 독립성을 지닌 정부 조직 내 합의제 기구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정책위)는 국무총리 소속의 민관합동 기구. 체육회는 25명으로 구성한 정책위원 중 정부 인사 16명과 당연직 위원 3명(체육회장·대한장애인체육회장·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을 제외한 민간 위원 6명이 체육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체육계가 추천한 민간 위원 후보 중 문체부가 한 명도 위촉하지 않아 이 회장은 정책위 불참을 선언했다.

또 체육회는 문체부의 스위스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설치 사업에 관한 부정론,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검토 등에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체육회는 1만3000여명이 참가한 체육인대회를 개최,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제화 작업에 시동을 건 데 이어 대통령비서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에게 문체부의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안(2013~2023년 내용)과 대정부 건의서를 전달했다. 정부의 체육 정책 변화가 없다면, 3월20일 국회 앞에 체육인 5만명이 모이는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이 회장이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건 15일 정기 대의원총회다. 안건 의결에 이어 정부 체육 정책 성토가 다시 화두였는데, 처음으로 접점을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점심 회동 직후 나온 얘기여서 관심을 끌었다. 이 회장은 “총리께서 현 상황에 염려가 크다. 용산(대통령실)도 마찬가지”라며 “감사 청구안에 10년치 자료를 모두 드렸기에 답변이 올 것이다. 우리도 잘못한 게 있다면 개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극적 화해’ 가능성에 대한 네 가지 필요 조건을 강조했다. 지방 체육 건전화를 위한 예산 편성 집행권과 학교 체육 정상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조정,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이다. 그는 “스포츠의 역할이 커졌다. 사회 갈등이 이슈인데 스포츠는 격차를 줄이고 상호 협력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효용 가치가 있다”며 “민선 체육회장 시대에 지역 체육회를 통해 지역과 주민의 갈등을 녹여낼 수 있다. 현재 체육 업무가 12개 부처로 나뉘어 있는데 (국가스포츠위원회처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협업이 되고 중복 투자를 막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회장은 2월 말부터 한 달간 전국을 순회하며 체육인의 현장 목소리를 수렴,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법률 제정 운동을 추진한다. 253개 지역구를 통해 이를 알리면서 내달 5만명 체육인 결의대회로 잇는 그림을 그려왔다. 다만 접점을 위한 ‘네 가지 요건’ 모두 법률 개정이 따르는 만큼 이 역시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누군가를 타도하거나 싸우려는 게 아니다”며 “총선이 4월10일인데, 3월 5만명을 (국회 앞에) 부르면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체육인 의견을 디테일하게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결국 입법 활동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전까지 여야 의원 후보에게 당위성을 설명하고 (총선이 끝난 뒤) 6월 새로운 국회가 구성됐을 때 개정 청원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체육회가 문체부와 장기 대립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 이번 여름 파리올림픽에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엔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다. 그는 “썩고 곪은 것을 두면 되느냐. 도려내야 한다”며 “내가 이 상태로 임기 끝내면 정말 무책임한 사람이다. 사익 추구 절대 아니다. 이게 옳기 때문”이라며 체육 정책 변화 기조가 없으면 문체부와 끝까지 맞설 의지를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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