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시 냉난방비 예측 가능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 도입 예정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겨울마다 ‘난방비 폭탄’로 고통받는 임차인을 위한 새로운 난방비 대책이 등장할 전망이다.

공익허브가 올겨울 에너지복지 정책으로 제안한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도’가 국회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도는 노후 주택의 임대인이 먼저 수선해주지 않아 추위에 떨거나 고액의 난방비를 지출해야 하는 임차인의 처지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 표시제도, 임대인의 자발적 주택 수선 유도

현재 상당량의 전기를 소비하는 제품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효율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생산자가 개발자에게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도록 촉진하고,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고민한 후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인증 제도의 원리와 효과를 임대주택에 적용한 것이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 표시제도’이다. 임대차 계약 시 해당 주택의 에너지효율등급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임차인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을 피하거나, 체결 전 임대인과 주택 수선에 대한 사항을 조율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임대인에게 주택의 냉난방 효율 개선을 위한 요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유와 이용이 분리된 민간 임대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주택개량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효율등급을 표시함으로써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노후주택을 수선하게끔 유도한다.

공익허브 관계자는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도와 함께 노후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효율개선 지원사업을 병행한다면 임차인의 난방비 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영국·일본·독일 등 선진국은 이미 활성화…국내, 20년 전부터 발목 잡혀

임대주택 에너지효율등급표시제도는 영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주택을 임대 혹은 매매 시 EPC 서류를 보유하고, 주택 중개 시장에서 EPC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사항이다. EPC 서류에는 해당 건물의 에너지효율등급과 함께 에너지 요금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 표시돼 있으며,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방법도 제시돼 있다.

일본에서는 ‘건축물 에너지 절약법’을 개정하면서 판매·임대가 이뤄지는 모든 건축물에 에너지 절약 성능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일에서는 주택 에너지효율등급 표시제도가 정착돼, 세입자가 집을 구할 때 에너지효율등급이 하나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20년 전 건축물의 에너지효율등급을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등급 인증을 받은 주택은 전국 약 4000호에 그친다. 인증 의무 대상 건축물의 좁은 범위 설정으로 인해 해당 인증제가 상용화되지 못한 탓이다.

조성빈 공익허브 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난방비 대책은 취약계층의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는 정책에 치중돼 있는데, 에너지효율등급 표시제도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변호사는 “입법안이 하루빨리 발의되고 통과돼, 임차인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복지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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