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 | 장강훈 기자] “캠프 때 더 밀어쳐요.”

‘작은거인’ 김선빈(35·KIA)은 밀어치기 달인이다. 배트 컨트롤은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시즌 담금질 중인 그는 “아픈 곳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서건창이 합류했고 타격에 재능있는 윤도현이 2루수 훈련 중이지만, 공·수에서 이미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김도영 등 후배와 캐치볼할 때는 정확한 송구를 유지하는 등 리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슈퍼팀’으로 격상한 KIA에서도 김선빈은 존재감이 또렷하다.

특히 타격훈련 때는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2루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다. 스윙궤도가 밀어치는 데 최적화된 것처럼 보이는데 “일부러 더 밀어친다”는 답이 돌아왔다. 군복무 후 2017년 풀타임으로 복귀한 이래 늘 타격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도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을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팀 배팅에 능하다보니 테이블세터뿐만 아니라 클린업트리오에 포진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밀어치는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의미다. 그 만의 비법이 있을 듯했다.

처음에는 “비결이랄게 뭐 있겠느냐. 궤도가 그렇게 만들어져서 밀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신인 때 나름 혹독하게 훈련한 덕분”이라고 운을 뗐다.

2008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43순위로 KIA에 지명된 김선빈은 작은 신장(165㎝) 탓에 의문부호가 따랐던 게 사실이다. 고교(화순고)시절 워낙 발군의 실력을 뽐낸터라 당시 사령탑이던 조범현 감독의 ‘육성 리스트’에 포함됐다.

김선빈은 “타격훈련 때도 타구가 왼쪽으로 향하면 혼났다. 훈련 때도 왼쪽으로 타구를 보내면 ‘1군에 안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그래서 더 밀어쳤다”고 말했다. 몸쪽으로 날아드는 공도 궤도와 히팅포인트, 몸 회전 등을 조절하면 밀어칠 수 있다.

또 있다. 그는 “고교 때 3년 동안 잠수함 투수만 상대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선발 불펜 마무리가 모두 잠수함 계열인 팀을 상대하는 빈도가 높다보니 자연스레 밀어치는 궤도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잠수함 투수는 투구 궤적상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이 많다. 억지로 잡아당기면 파울이나 땅볼이 나기 일쑤여서 공이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타격하는 게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타격을 한 게 리그 톱클래스 타자로 자리매김한 자양분이 된 셈이다.

김선빈은 “밀어치는 게 자연스러운 스윙은 아니다. 잡아당기는 힘이 강하므로 본능적으로 당겨치는 스윙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캠프 때 일부러 더 밀어치려고 한다. 감각을 다져놓아야 시즌 때 결정적인 순간 밀어서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타격훈련 마지막 타구는 좌측 펜스 뒤로 보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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