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몸이 뜨는 거 봤어요?”

2010년으로 기억한다. K-1 WGP라는 격투경기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였다. 이 경기는 주먹과 발, 그리고 무릎을 사용해서 상대를 때리는 것만 허용되는 타격경기다. 당시 기자 신분으로 취재를 갔던 필자는 마침 필자에게서 무술을 배우고 있던 수련생들에게도 “좋은 기회이니 현장에서 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그리고 취재가 끝난 뒤 경기장 밖에서 만난 수련생들은 대부분 충격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격투 경기와 현실에서의 위협의 차이 중 하나는 상대가 나보다 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체급을 맞추는 것이 현실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 역시 수련생들에게 “나보다 크거나 빠른 상대, 혹은 다수의 상대가 위협한다고 항상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은 늘 차이가 있다. 키가 2m에 육박하고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선수들의 격돌을 본 수련생들은 본인들의 상상에 많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이 장면. 그렇게 거대한 선수의 펀치를 똑같이 거대한 선수가 블로킹으로 방어를 했는데도 펀치의 파워 때문에 몸이 공중에 뜨는 장면은 평범한 체구의 수련생들에게 ‘방어해도 소용없다’는 공포를 심어줬다.

그런데, 필자는 이미 수련생들에게 이에 대해 수없이 강조했었다. “애초에 상대 공격을 ‘막는다’는 생각을 하지마”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공격을 막지 말라고? 그럼 그대로 맞거나 베이거나 찔리면서 상대를 공격하란 말인가. 아니면, 잘 피하란 말인가.

자, 오늘 알려드릴 기술은 익히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본이다. 또 기본이면서 굉장히 고급 기술이다. 무술도관에서 직접 피부를 맞대고 연습을 해도 어려운 내용인 만큼 독자분들을 위해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연습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연습에는 자신의 팔 길이 정도의 나무 스틱 두 개가 필요하다. 이걸로 연습해두면 우산이나 여성의 경우 핸드백 등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을 때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연습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상대와 마주보고 선다. 둘 모두 스틱을 양 손 어깨너비 정도로 잡는다. 연습 파트너는 이 스틱을 세로로 세워서 들고, 나는 가로로 든 뒤 가슴 앞에 둔다. 이 때 연습 파트너는 팔꿈치를 고정시켜서 내 타격에 팔이 접히지 않도록 한다. 준비가 됐으면, 가슴 앞에 둔 스틱의 중앙 부분으로 상대의 스틱을 때린다. 이 때 스틱을 뒤로 뺐다가 뻗지 말고 바로 뻗어야 하며, 스틱이 부딪힌 후 내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 있으면 안 된다. 목표는 상대가 밀려나거나 뒤로 기우뚱하며 잠시 밸런스를 잃는 정도이다.

앞의 과정이 잘 되면 이번에는 연습 상대가 한두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둔다. 그리고 스틱을 세로로 든 채로 나에게 다가오도록 한다. 한번에 크게 걷지 않고 발 하나 정도의 간격으로 걸어오면 연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 나는 상대가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스틱을 뻗어 상대의 스틱을 때린다. 주의 사항은 스텝1과 동일하며, 상대를 멈추게 하거나, 잠시 멈칫하게 만들면 성공이다.

다시 연습 상대는 움직이지 않고 스틱을 든 채 선다. 스텝1과 동일한 과정인데 마지막에 한 동작을 추가한다. 스틱이 부딪히는 순간, 팔부터 시작해 상체를 전부 고정하고 한쪽 발을 틀어 몸 전체를 45도 정도 돌린다. 제대로 되면 스틱이 부딪힌 순간 떨어지기 직전에 몸 회전의 에너지가 전해져 상대가 옆으로 튕겨나갈 것이다. 처음부터 대각선으로 때리면 되지 않나 라고 질문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반발력 때문에 전달하려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그리고 처음부터 대각선으로 뻗으면 상대도 그에 반응해 옆으로 튕길 것을 대비하게 된다.

스텝2처럼 이제 상대가 두걸음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걸어온다. 이 상대를 향해 스텝3의 방법을 사용해보자. 제대로 하면, 상대의 진행방향이 옆으로 틀어지면서 내 측면으로 발을 딛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여전히 스텝1과 동일하다. 만약 상대의 진행방향이 바뀌지 않았다면, 타격 즉시 내 몸을 돌리지 못 했거나 혹은 돌렸더라도 팔의 고정력이 풀려서 접혔을 확률이 높다. 상대와 나 사이에 놓인 브릿지(다리)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습방법이 바로 상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는 것이 아닌, 옆으로 흘리는 기술의 첫걸음이다. 자신이 먼저 때리는 것을 연습하는 이유는 상대의 공격이 다 완성된 시점에서 접촉할 경우 그 무게감 등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먼저 다가가 차단하는 연습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연습은 이미 상대와 붙어있는 상태에서는 성공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상대가 공격하는 에너지를 받아서 콘트롤하기 가장 어려운 지점이 바로 딱 하고 부딪히는 순간이다. 이렇게 연습해야 상대의 타격 공격을 옆으로 흘릴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써온 칼럼 내용 중 오늘 내용이 글로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게재되는 사진과 링크된 영상을 참고해 연습하길 바란다. 연습할 때의 이미지는 이렇다. 나는 흐르는 물 한가운데 있는 돌기둥이다. 나뭇가지 하나가 물에 뜬 채 흘러와 돌기둥에 부딪히지만 그건 잠깐일 뿐 기둥 옆으로 흘러 가버린다. 상대의 공격을 이렇게 흘리는 것이다. 방패라고 하면 어떤 모양이 떠오르는가. 옆에서 보면 대부분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볼록하면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형태다. 이 역시 상대의 공격을 빗겨맞도록 해서 방패 주인이 큰 힘이 없더라도 상대의 큰 에너지를 정면으로 받지 않고 흘려버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역사 속 수많은 전투에서 길러진 지혜인 셈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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