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13억원에서 98억원. KBO리그 NC에서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20승 달성까지 따낸 에릭 페디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뒤 오른 연봉이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달러에 계약했는데, 올해 KBO리그와 1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으니 1년여 만에 연평균 7.5배 상승한 셈이다.

페디는 KBO리그에 오기 전 MLB에서 6년을 뛰었다. 6년간 받은 연봉 총액은 371만 달러. 계약 세부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1500만달러를 2년에 걸쳐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750만 달러 규모다. MLB에서 6년간 번 돈의 두 배를 한 해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MLB 진출을 추진 중인 이정후(25·키움)는 올해 연봉 11억원을 받았다. 이정후가 MLB 구단과 계약하면 연평균 1000만달러 이상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년 5000만달러, 6년 6400만달러 등의 평가다.

이정후의 올해 연봉이 100만달러가 채 되지 않았으므로 단순환산하면 몸값이 10배나 뛴다. 마찬가지로 올해 4억3000만원을 받은 고우석(25·LG) 또한 연평균 3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 몸값 10배 상승 대열에 합류한다.

규모의 경쟁에서 KBO리그와 MLB는 게임이 안된다. MLB를 ‘빅리그’라고 부르는 데는 관중규모, 구단 수 등에 더해 비교할 수 없는 ‘몸값 차이’가 있어서다. KBO리그보다는 연봉이 높은 일본프로야구도 MLB는 못따라간다.

KBO리그에서는 이정후, 고우석, 함덕주(프리에이전트) 등 세 명이 MLB 진출을 타진 중이다. 키움 내야수 김혜성 역시 내년시즌 후 MLB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디처럼 MLB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던 젊은 선수들이 KBO리그에 데뷔해 기량을 끌어올린 뒤 역수출되는 경우도 이어진다. 메릴 켈리, 에릭 테임즈, 조쉬 린드블럼 등 KBO리그를 발판삼아 빅리그 재입성에 성공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바뀐 게 사실이다.

MLB가 강조하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에이전시가 활성화한 축구를 제외하더라도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노린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올해 제네시스 대상을 따낸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는 LIV골프 퀄리파잉테스트(QT)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QT 최종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6승을 따낸 이소미(24·대방건설)와 올해만 4승을 거머쥔 임진희(25·안강건설), 매치퀸에 등극한 성유진(23·한화큐셀) 등은 7일(한국시간) LPGA Q시리즈를 통해 풀시드를 따냈다.

PGA투어나 LPGA투어 모두 상금규모가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하는데다 전 세계 팬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곳이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선수와 경쟁하는 건 지켜보는 팬도, 플레이하는 선수도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진출을 타진하는 선수도 많다. 국제경쟁력 강화가 화두로 떠오른 남·녀 배구도 해외진출 선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교생 신분으로 이탈리아 베로 발리 몬차에 입단한 이우진(19)과 임대형식으로 슬로베니아 명문클럽 류블랴나에 입성한 송민근(23)은 ‘국제경쟁력 강화’ 특명을 받았다.

해외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배구 현실을 고려하면 어린 나이에 해외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이 더 커보이는 게 사실이다. 배구 관계자는 “어린선수들의 해외무대 도전이 향후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듯하다. 가능하면 해외 진출 사례가 늘어날 수 있도록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기반을 잘 닦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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