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남녀배구대표팀이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를 받아든 가운데, 젊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

남녀배구대표팀은 국제무대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20년 이상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61년 만의 ‘노메달’에 그쳤다. 앞서 치른 아시아 챌린지컵 4강 탈락, 아시아배구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 등 국제대회 성적은 처참했다.

여자배구도 다르지 않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주축들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쿄 올림픽 4강 신화 후 2년 연속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전패를 시작으로, 파리 올림픽 세계예선 전패, 아시아배구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연스레 떨어진 국제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만 머물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세계 배구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밑거름을 다져야 하는데 젊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시즌에만 영건 두 명이 해외에 진출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이탈리아 1부리그 베로 발리 몬차로 향한 이우진(19)과 슬로베니아 명문 류블랴나로 임대간 송민근(23)이 그 주인공이다.

이우진은 지난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30년 만에 3위에 올려둔 주역이다. 활약을 인정받은 그는 대회 베스트7에 선정됐고, 이탈리아 에이전트에게 스카웃제의를 받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송민근은 당초 1개월 ‘배구 유학’ 개념으로 류블라냐로 향했는데, 구단의 요청으로 임대 계약이 성사됐다. 임대 기간은 내년 4월30일까지다.

사실 배구는 국내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한 야구, 축구 등과 달리 사례가 많지 않다. 풀 자체가 좁은 것도 있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대우받지 못하더라도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크지 않다. V리그의 배구하기 좋은 환경을 벗어나는 데에 두려움 등 여러 요인이 자리한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문성민, 김연경 등 해외에 도전한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또 V리그에서 받는 연봉을 포기하고 해외에 나가기란 선수 입장에서 쉽지 않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국내 구단이 제공하는 만큼의 복지 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 배구인은 “실력에 비해 V리그만큼 연봉을 많이 받으면서, 좋은 환경서 배구하는 리그는 없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제일이다. 흔히 FA로 돈의 맛을 보기 전에 도전하는 게 제일인데, 또 그렇게 할 선수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콕 집었다. 그래서 이들의 도전은 더욱 박수받을 만하다.

국제대회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평균 기량 자체를 높여야 한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만 봐도 그렇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파들이 주축을 이룬다.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일본과 태국 배구대표팀 역시 해외파가 넘친다.

‘우물 안’을 벗어나 시야를 넓히려는 이들의 도전은 배구계에도 긍정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다른 배구인은 “어렸을 때 나가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나가면 사실 기량적으로 늘기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도전들이 향후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듯하다. 가능하면 해외 진출 사례가 늘어날 수 있도록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도 기반을 잘 닦아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kk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