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수원 삼성은 구단 최초로 K리그2 강등의 굴욕을 맛봤다. 더욱이 홈 경기장 ‘빅버드’에서 당한 강등이라 더욱 뼈아팠다. 이미 강등은 벌어진 일이다. 슬픔과 분노는 묻어두고, 이제는 어떻게 수습하고 내년을 준비하는지가 중요하다.

구단 일부 수뇌부는 이미 본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본격적으로 변화와 함께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대신, 염기훈 대행과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기훈은 부인할 수 없는 수원의 레전드다. 14년 동안 수원에만 몸담았다. 그는 지난 9월에 물러난 김병수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대행 신분이다. 염 대행은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플레잉코치를 역임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정식 코치 경험도 없다. 시즌 중에 P급 지도자 교육을 받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감독 대행으로 사령탑에 오른 뒤 수원의 일부 변화를 이끌며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한계는 명확했고, 결과적으로 강등을 막지 못했다. 그 역시 강등의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염 대행은 강등이 확정된 후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라면서도 “항상 지도자를 하고픈 마음이 컸다. (수원) 구단과의 일은 얘기를 해야겠지만, 수원이 됐든 다른 곳을 가든 지도자의 삶을 살겠다”라고 말했다.

K리그2는 K리그1과는 또 다른 무대다. 어쩌면 K리그1보다 살아남기 더 힘든 ‘정글’인 곳이 K리그2다. K리그1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이 뛰고 더 치열한 리그다. 더군다나 염 대행은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 대행으로 치른 7경기가 전부다. 2부 리그로 추락한 수원의 재건을 맡기기엔 리스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빠르게 K리그1으로 승격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 K리그2 2위에 올랐지만 부산 아이파크를 비롯해 전남 드래곤즈, 경남FC 등도 강등된 후 좀처럼 K리그1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승격에도 경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올 시즌에도 과거 광주FC의 승격 경험이 있는 박진섭 감독이 부산을 사실상 새 팀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경험 없는 지도자가 K리그2에서 성과를 내고 승격을 이끈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염 대행 체제로 K리그2로 향한다고 해서 곧장 승격을 장담할 수는 없다.

염 대행 개인에게도 너무 큰 모험 수다. 만에 하나 K리그2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염 대행은 지도자로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 당장 정식 감독이 되는 건 무리다. 염 대행은 구단의 레전드이자 자산이다. 그 자산을 아낄 필요도 있다.

염 대행의 지도자 인생을 고려하면 코치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정식으로 수원 지휘봉을 잡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만 안녕’을 고하는 것이 수원과 염 대행에게 오히려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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