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프런트에서도 엔스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이미 적임자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규정상 계약서 사인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나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사실상 2024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을 확정했다. 올해 애를 먹었던 선발진 운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2연패를 향한 지름길도 열린다. LG가 오스틴 딘, 케이시 켈리 다음 2024시즌 외국인 선수로 디트릭 엔스(32)를 바라보고 있다.

결정은 내렸으나 아직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엔스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뛰었다. 규정상 엔스는 지금도 세이부 소속이다. 일본프로야구는 12월초 보류선수 명단을 발표하는데, 엔스가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져야 계약이 가능하다. 엔스가 LG와 사인할 수 있는 시기도 보류 명단 발표 다음이다. 보통 12월 10일 전후로 계약이 이뤄진다.

엔스의 가장 큰 장점은 구위다. 2021년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에서 중간 투수로 등판해 포심 평균 구속 시속 94.2마일(151.6㎞)을 기록했다. 세이부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 구속은 조금 하락했으나 여전히 150㎞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신장 185㎝로 아주 큰 키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포심을 꽂는 파워 피칭을 한다.

즉 LG가 원했던 구위형 선발 투수다. 150㎞ 하이 패스트볼이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수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이 될 것이다.

KBO리그의 경우 아직은 토종 투수의 하이볼 빈도가 낮으며 타자들이 하이볼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포심 외에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도 구사하는데 구사율을 보면 포심과 컷의 비중이 크다. 하이 패스트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커브의 발전이 엔스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성공이 보장된 외국인 선수는 없다. 100% 성공을 확신하려면 메이저리그(MLB)나 일본을 정복한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시장 구조상 이런 선수는 한국 땅을 밟을 수가 없다. 엔스 또한 2022년 일본 첫해에는 10승 7패 평균자책점 2.94로 맹활약했으나 올해에는 1승 10패 평균자책점 5.17로 고전했다.

그래도 여러 부분에서 LG는 엔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시장에 나온 투수 중 구위에 있어 최고 수준으로 봤다. 염경엽 감독은 “프런트에서도 엔스가 가장 좋다고 한다”며 엔스 영입을 암시했다.

구위는 2023시즌 LG 마운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투수 평가 기준점을 구위로 삼았고 투수들의 구위를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불펜진이 특히 그랬는데 올해 도약한 유영찬, 백승현 모두 포심 평균 구속이 140㎞ 후반대인 구위형 우투수다. 이들의 호투가 정규시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LG는 29년의 한을 풀었다.

다만 왼손·오른손 균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 모두 우투수의 비중이 컸다. 선발에 김윤식, 불펜에 함덕주를 제외하면 LG 마운드 핵심 투수 대부분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 엔스 영입과 더불어 손주영, 이상영의 도약에 따라 2024년에는 좌투수의 비중이 늘 수 있다.

염 감독은 “상영이는 내년부터 롱릴리프로 간다. 주영이는 (김)윤식이와 함께 5선발 한 자리를 번갈아 맡아줄 것”이라며 좌투수 두 명의 보직을 이미 확정 지었다. 즉 우투수 편향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 물론 키워드는 유지한다. 엔스처럼 이상영과 손주영 또한 구위형 좌투수다.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날 2024시즌 LG 마운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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