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 이선균 뿐 아니라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모발 정밀 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찰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사 단계부터 명백한 죄가 있는 것처럼 강하게 추진했던 것에 반해 증거확보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경찰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지용은 지난 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간이 시약 검사를 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왔다. 이후 모발과 손발톱을 추가로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으나, 역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20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

권지용의 혐의는 앞서 구속기소 된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업소 실장 A(29·여)의 경찰 조사 진술로 불거졌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회원제 룸살롱 실장으로 근무하던 A는 권지용이 지난해 12월 해당 유흥주점에서 “지드래곤이 사용한 화장실에서 수상한 약봉지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는 경찰 조사 당시 지드래곤뿐만 아니라 이선균과 재벌가 3세·작곡가·가수 지망생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 이에 경찰은 총 10명을 수사선상에 올려 내사를 진행했다.

앞서 이선균도 간이 시약 검사를 비롯해 모발 정밀 검사가 음성판정이 나왔으며, 다리털 검사도 정량 부족으로 ‘감정 불가’ 판단이 나왔다.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증거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연이은 증거 확보 실패로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연예인의 이미지만 손상시킨 채 대중문화계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선균과 지드래곤은 내사 단계부터 이름이 불거졌다. 증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선균의 이름을 공표해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악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도 하차하게 했다.

이선균은 각종 광고 기업으로부터도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면서 손절을 당했다. 설상가상 도덕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지의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사실상 업계 복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샤넬, BMW 등 세계적인 명품의 앰배서더로 나서고 있는 지드래곤도 광고 영상이 삭제되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경찰은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수사 대상자가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수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얘기다.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무리한 수사라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라며 “마약범죄 수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인 입건 전 내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이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유흥업소 실장 A의 말만 지나치게 믿고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자가 다른 범죄에 대해 진술하는데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그래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는데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알려진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해당 발언이 나오면서 경찰의 보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경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것은 마땅하나,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돼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는 사례는 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선균과 지드래곤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향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궁지에 몰린 경찰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할지, 반전은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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